[직업교육 혁신현장을 가다]<1>'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소…한국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4차 산업혁명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직업교육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교육 혁신 선봉장을 맡은 곳이 한국폴리텍대학이다. 일반 대학교에서 다루지 못했던 최신 트렌드와 신기술을 적용한 직업교육을 통해 요즘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운다. 이곳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자, 스마트 팩토리 운영자 등 시대가 원하는 핵심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열정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전자신문은 미래형 인재를 키우고 있는 전국 폴리텍대학 캠퍼스를 찾아 직업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 수업 모습. [자료:한국폴리텍대학]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 수업 모습. [자료:한국폴리텍대학]

폴리텍대학 캠퍼스 중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전문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는 '융합기술교육원'이다. 이곳은 고학력 미취업자 대상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테크(BT), 응용소프트웨어(SW) 등 미래유망 산업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세워졌다. 융합기술교육원은 데이터융합SW, 생명의료시스템, 임베디드시스템 등 하이테크과정을 운영한다.

하이테크과정은 고학력 청년층을 고급 기술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신산업·신기술 직종 특화과정이다. 대졸 청년 구직자(전공무관)를 대상으로 통상 2년여 기간이 소요되는 교과를 10개월(1200시간)로 압축해 몰입형으로 운영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4수준(전문대) 이상의 모듈식 교과(기초, 심화, 특화)를 편성하고, 모듈별 테스트를 통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탈락시키는 엄격한 학사관리가 특징이다.

융합기술교육원은 신기술 기업과 협약을 통해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했다. 생명의료시스템과는 서울대병원 등, 데이터융합SW과는 하나은행·투비소프트 등, 임베디드시스템과는 콘텔라 등이 참여하고 있다.

데이터융합SW과는 미국에서 최고 직업 3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소다. SW 구축·운영, 데이터베이스 설계·품질관리 능력을 갖춘 빅데이터 기반 분석, 인공지능 응용 SW 개발자를 육성한다. 교육생은 수료 후 SW개발, IT운영,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 인공지능 SW 관련 업체 등에 취업한다.

이 과에서는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기반 SW프로그래밍 개발 역량, 데이터 활용과 논리적 이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수학적 사고력을 지닌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 할 수 있다.

장석주 데이터융합SW과 교수(학과장)가 클라우드 서버 교육설비에 대해 설명했다.
장석주 데이터융합SW과 교수(학과장)가 클라우드 서버 교육설비에 대해 설명했다.

장석주 데이터융합SW과 교수(학과장)는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교육수요가 많고, 실제 데이터 활용과 프로그래밍 역량을 갖춘 수료생에 대한 기업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최신 기술 수요와 트렌드에 맞춘 유동적 학과 구성을 통해 다양한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주요 기반 기술이 데이터 분야이고, SW는 모든 산업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빅데이터, 응용SW 분야 산업 전망과 인력 수요는 낙관적이다.

융합기술교육원은 신기술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산업체 경력자 등 전문가를 교원으로 채용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을 갖추고 강의 능력도 출중한, 개발과 교육 능력을 겸비한 교원이다. 아울런 신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고성능 오비트랩 질량분석기, 클라우트 컴퓨팅 서버실, 스마트 팩토리 실습장비 등 고급 교육시설·장비를 구축했다.

김준석 생명의료시스템 학과 교수(학과장)는 “기업 연구소에서 실제 사용하는 고가의 분석설비를 갖추고 있어 교육생이 주요 설비 운영지식을 습득한다”라며 “교육생은 취업 후 추가 교육 없이도 즉시 업무에 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생명의료시스템과 수업 모습. [자료:한국폴리텍대학]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생명의료시스템과 수업 모습. [자료:한국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에서는 이론·기초실습(8개월) 후 실습 프로젝트를 실시(2개월)한다. 교육생은 협약기업이 설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기업 관계자가 교육생을 직접 지도한다. 기업에서 필요한 교육을 하고, 교육생 능력을 검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 취업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생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90.9%를 기록했다.

이승하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교육생.
이승하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교육생.

교육생 만족도도 높다. 이승하 교육생은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학부 전공과의 연관성과 융합 가능성을 보고 융합기술교육원에 지원했다. SW개발자를 목표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빅데이터 등 ICT 관련 지식이 필수인 것 같아 지원했다”고 입학 개기를 밝혔다.

이 교육생은 “당초 교사가 되기 위해 수학교육과를 선택했으나 SW개발자로 원하는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게 생산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수학교육과 융합해 통계자료를 유의미하게 처리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위해 새로운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하는 등 생소한 부분이 많아 교육이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고 있다”라며 “새로운 지식에 몰두 할 수 있는 상황이 행복하고, 어떤 분야라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강구홍 융합기술교육원장은 “고학력자가 기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융합교육을 받으면 창의적인 생각과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라며 “이직이나 전직, 재취업 등을 위한 직업훈련은 평생교육 차원으로 필요하고, 그 일을 융합기술교육원이 앞장 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