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 없는 불법 학원차 기승에 공유 통학버스 '스톱'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통학버스 서비스 셔틀링이 지난 7일 서비스를 종료했다.(사진=셔틀링 홈페이지 캡쳐)
<통학버스 서비스 셔틀링이 지난 7일 서비스를 종료했다.(사진=셔틀링 홈페이지 캡쳐)>

공유경제 기반 통학버스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어린이를 보호할 동승자 없이 불법 운행하는 학원 차량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주름잡던 통학버스 서비스 '셔틀링'이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 중단 소식을 공지했다. 셔틀링은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강남, 서초, 송파 지역 초·중·고교생이 주로 이용해왔다. 25인승 노란색 버스다. 학원과는 무관하다. 타고 내릴 곳, 날짜와 시간만 선택하면 자유롭게 탈 수 있다. 모든 차량에 운전기사 외 동승자를 배치, 안전에 신경을 썼다.

비슷한 사업을 벌여왔던 '셔틀타요'도 최근 사업을 접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았다.

셔틀타요는 실시간 노선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유경제를 구현했다. 차량 대여료, 동승자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 운영비를 최대 35% 안팎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그런데도 기존 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동승자 없이 운행하는 불법 학원 차량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동승자 한 달 인건비는 평균 150만원이다.

도로교통법 52조와 53조는 2017년 1월 29일부터 만 13세 이하 어린이를 태우는 통학버스에 운전자 외 성인 보호자 동승 의무를 부여했다. 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규정을 지키는 통학버스가 10대 중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동승자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점검하고 하차 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진다.

유명무실한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 원인이다. 동승자 없이 운행하다 적발돼도 두 번까지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세 번째부터 벌금 30만원을 물린다.

단속도 쉽지 않다.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본지가 입수한 최근 3년간 학원 차량 동승자 미탑승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16년 13건, 2017년 7건, 2018년 0건을 적발했다. 올해 9월까지는 2건을 잡는 데 그쳤다.

법망에도 구멍이 뚫렸다. 동승자 탑승 대상 차량 크기가 9인승 이상이다. 이 같은 규정을 피하기 위해 7인승 승합차를 쓰는 학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을 외면한 규제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9인승 이상 자가용이 유상 운송을 하려면 13세 미만만 태워야 한다고 규정한다. 중·고생은 태울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다 보니 운용 효율이 떨어지는 데도 25인승 전세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승자에 대한 직군 코드도 없다. 관련 통계가 전무할 수밖에 없는 셈”이라면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 기준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규제 빈틈을 찾아 사업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창출한다”면서 “이런 노력에도 불구 업종별로 촘촘하게 설계된 규제 틀이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청년 창업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칸막이식 규제 패러다임을 부수는 혁명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