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77>'AI국가전략'에 거는 기대 크다

인공지능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것은 지난 10월 문 대통령이 발표한 'AI 기본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상징해 온 '정보기술(IT) 강국'에서 미래 '인공지능(AI) 강국'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전략 추진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러 국정과제위원회 가운데 4차위에 주요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AI를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분야로 구체화해서 명시한 것은 한편 금융 분야 중심으로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핀테크나 블록체인 등 후속 전략 분야로 AI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추진 방향을 AI 중심으로 설계해 나가겠음을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AI 기본 구상'이 기반으로 작용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20개 부처가 'AI 국가전략' 기획과 실행에 참여한 만큼 이번 전략에 거는 기대는 크다. 향후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AI 기술 개발과 규제 혁신을 성공리에 수행해야 하며, 이 전략이 우리 기업이나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기필코 성공시켜야 한다.

지난 10월 문 대통령이 기본 구상을 발표할 즈음 한 기업이 자신에게 따라 붙은 자동차 제조사라는 수식어를 버리겠다고 선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기업은 완성차 제조사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이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하고 2021년 '레벨3', 2024년에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고,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동차 위치 정보 및 원격 제어를 이용해 위치 정보를 활용한 음식·음료 픽업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손보사들과는 운전 습관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AI 국가전략을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표방한 것도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과거 IT 제조 강국에서 AI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서비스 강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은 자동차 제조사라는 등식을 버리면서 얻고자 하는 한 모빌리티 기업의 미래 모습이다. 이번에 발표된 AI 국가전략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어떤 정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업의 부가 가치 비중을 기준으로 우리는 미국과 영국에 비해 약 20% 낮고 제조업 강국인 독일 및 일본보다도 약 10% 낮다는 수치를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어느 기업의 선언문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서비스 혁신을 병행하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AI 국가전략에 거는 기대가 특별한 것도 여기 있다. 우리 산업도 제조 강국이라는 오래된 등식에서 벗어나 AI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제조-서비스 융합이라는 새로운 등식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표제에 어울릴 만한 혁신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AI 강국이라는 우리 산업의 새 등식이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