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 과제는]〈1〉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높여야

구현모 KT 사장
구현모 KT 사장

구현모 KT 사장이 11년 만에 KT 내부출신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다. KT 이사회 현미경 검증을 통과하고, 새해 3월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하는 구 사장 앞에 놓인 KT 대내외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 사장은 취임 초기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존 경영 체계와 단절을 선언하기 위해 조직을 혁신하는 게 첫 과제로 손꼽힌다. 소원해진 정부·국회 관계를 개선하고, 유·무선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5G와 인공지능 기반 융합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제다.

〈1〉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높여야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전경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전경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KT 전직 고위임원은 “구현모 사장은 참모로서 능력으로 인정받았다”면서 “앞으로 6만명 KT그룹 구성원을 지휘하는 리더로서 능력을 보여 인정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KT 회장은 CEO 교체기를 경영 혁신 기회로 활용했다. 구 사장도 이른바 '빅 배스(Big Bath)'를 통해 이전 경영 체체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비전과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구 사장 능력은 이사회를 통해 검증됐지만 황창규 KT회장 승계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KT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 사장은 차기 CEO 과정에서 이른바 '황창규 키즈'가 아니라며 본인만의 색깔을 지속 어필했고, 이사회 공감대를 얻었다.

구 사장은 CEO로 확정된 만큼, 이 같은 구상을 구체화하며 '구현모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골든 타임은 취임 3~6개월 이내라는 진단이다.

조직 혁신은 가장 구체적이고 시급한 과제다. KT는 상무보급 200여명을 포함해 임원수가 300명에 육박한다. 6만명 그룹 구성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상명하복·목표중심' 통제 문화가 존재했다. 필요없는 조직과 인원을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분명하다.

KT 내부 관계자는 “임원 수 축소를 통한 조직 효율화는 역대 CEO를 돌아봐도 초기에만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구 사장은 내부 출신이라 조직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체제를 위해서는 기존 인사와 과감한 단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KT 전직 임원은 “이상철 전 KT사장 시절까지만해도 임원회의 시간에 CEO와 임원이 언성을 높이며 논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서 “사장 대표이사 체제 도입을 계기로 구성원 간 수평적 소통문화를 만드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체제와 단절은 KT가 황창규 회장 시절 정치권 로비 사건과 아현지사 화재 등으로 소원해진 대외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도 핵심 선결 조건이다. 구 사장은 전략, 영업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 받았지만, 대외·기술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KT그룹 대표가 된 만큼, 통신과 다양한 융합산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산업 특성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가 운영에 있어 KT 인프라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이해하며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직 KT 회장을 외부에서 평가하면 다른 오너기업과 경쟁하느라 국민 통신기업으로서 본원적 경쟁력에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새로운 CEO는 과거 관행을 탈피, 본원적 경쟁력으로서 통신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