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도 미세먼지로 인해 활발한 야외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19'라는 의외의 복병을 마주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아예 발길을 끊고 서로가 서로를 피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도 불구 매일 저녁 식탁에는 바이러스 확진자 추가 소식이 관심사가 됐다.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뉴스와 더불어 올해 계획했던 여행 계획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소 여행사는 경영난 악화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 하나가 나비효과가 되어 우리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로 연구개발(R&D)을 통한 해법 모색이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R&D를 통한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은 있다.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예산투입 필요성을 국회 등을 대상으로 설명한 뒤 예산을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은 작년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필요한 소부장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벌어졌다. 그나마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 예산안이 확정될 즈음인 6~7월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과 추가경정예산 투입으로 적시에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생활을 어렵게 하는 일들이 매번 정부 예산안이 확정될 즈음에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연구개발사업은 기획과 착수 시기 간 격차가 존재해 급변하는 미래사회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는 패착을 야기할 수 있다.
예산 경직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R&D 사업구조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우리 생활로 들어올 것이다. 이때마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적기에 예산 투입이 가능한 플랫폼형 R&D 사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효율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기업 수요를 상시 모니터링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자가 앞장서 국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발굴하고 R&D로 해결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새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초일류기술개발사업(G-First)'은 이러한 R&D 사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전기자동차, 태양전지 등 기존제품의 효율 증대를 통해 한계를 극복하거나 로봇슈트 등 새로운 산업의 돌파구를 찾는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신성장동력 창출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다. 향후 산업적 문제뿐 아니라 우리 생활을 둘러싼 문제를 적시에 해결해 줄 사업 면모를 갖춘다면 국민이 더 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행복한 삶과 기본적인 경제활동을 꽁꽁 묶고 있는 '코로나19'도 정부 대처와 'We are ASAN'운동 등 님비현상을 넘어서는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잘 헤쳐 나가길 소망한다.
안화용 한국연구재단 국책사업실장 hyahn@nr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