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두 번째 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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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는 두 개의 달이 나온다. 이는 현실성을 파괴해, 소설 속 세계를 우리가 속한 곳과 분리시키는 장치다.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도 두 개의 달을 통해 작중 세계에 환상성을 부여한다.

'달이 단 하나 존재한다'는 인식은 그만큼 우리에게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달이 꼭 하나일 이유는 없다. 화성만 해도 달이 2개다. 목성이나 토성은 심지어 60~70개를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놀랍게도 지구를 도는 제2의 달이 관측돼 화제가 됐다. 국제천문연맹(IAU) 소행성센터(MPC)는 25일 지구의 중력에 묶인 또 다른 달 '2020 CD₃' 발견을 발표했다.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레먼산 천문대에서 처음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하는 천문학자 2명이 152m 망원경으로 이를 포착했다.

새로운 달은 매우 작다. 직경이 약 6~12피트(1.8~3.6m)인 것으로 추정돼, 천문학자들이 '미니 문'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미니 문은 3년 전 지구 궤도에 이끌려 우리 주변을 돌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워낙 작은 탓에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 문은 얼마든지 또 생길 가능성이 있다. 수없이 많은 소행성이 지구 주변에 있고, 이들이 지구 궤도에 이끌려 들어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MPC와 학자들은 이런 또 다른 달이 매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소행성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궤도를 유지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이것이 장기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설명이다. 보통 일정 기간 후 지구 대기로 유입돼 불타거나, 아예 궤도를 벗어나 떠나 버린다.

2006년 발견된 '2006 RH120' 사례도 그랬다. 이듬해까지 지구 궤도에 머무른 후 우주로 돌아갔다. 이번 2020 CD₃의 경우도 3년간 지구를 돌았지만, 이별할 날이 머지 않았다. 궤도 시뮬레이션 결과 오는 4월경 궤도 밖으로 밀려 나간다는 결과가 나왔다.

달이 생기는 경로는 이 밖에도 또 있다. 화성의 달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생긴 사례에서 이를 볼 수 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왜소행성이 화성에 충돌해 발생한 파편에서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이는 지구와 인류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달이 생기는 일이 있다면, 반대로 사라지는 일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놀랍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달은 매년 3.8㎝씩 지구와 멀어지고 있다. 지구와 달은 이미 이별 중이다. 아폴로 15호 승무원이 달에 설치한 레이저 역반사 거울을 통해 이 이별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지구와 달이 멀어지는 이유는 달에 인한 조수간만의 차다. 이것이 지구 자전에 영향을 끼치고, 이것의 반작용으로 조금씩 달이 밀려 나간다. 약 15억년 뒤에는 달이 지구와 상당히 멀어지게 된다. 이때 목성의 중력이 달을 지구 궤도에서 끌어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