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증시에 IPO 시장도 급제동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었다. 연초 상장 기업 다수가 공모가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가격을 형성하고 높은 수요 예측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투자 위축을 야기하면서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면 미팅이 제한되면서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도 여의치 않게 된데다 증시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IPO 시장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화장품 소재기업 엔에프씨는 희망 공모가밴드 1만200∼1만3400원에 형성됐으나 최근 공모가를 최하단인 1만200원으로 확정했다. 연초만 해도 높은 공모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으나 코로나19 발생 후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차질이 생겼다. 시장 여건이 어렵지만 코스닥 상장을 강행하고 있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26일이다.

대면 미팅이 제한된 기관 투자자 대상 IR는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했다. 유우영 엔에프씨 대표는 프레젠테이션을 생중계하는 등 축소된 외부활동 환경에서 대체 수단을 강구했다.

SCM생명과학은 이달 초 코스닥 상장 간담회를 열고 기관 수요예측을 9∼10일에 걸쳐 진행키로 했으나 일정을 미뤘다. 수요예측은 18~19일로 늦추고 간담회는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했다. 대신 이병건 대표의 기업 소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 온라인을 활용해 주요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장 전 기관 투자자 미팅이 중요한데 재택근무가 많아 소규모 대면미팅도 어렵다”며 “영상회의 등 최대한 온라인을 활용해 IR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엘에스이브이코리아는 지난달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11∼12일에 걸쳐 수요예측을 했다. 그러나 청약을 받지 않고 IPO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남은 일정을 최종 취소했다.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했다.

이 회사는 폭스바겐, 볼보, BYD 등 완성차 제조사와 LG화학 등에 전기차용 와이어링 하네스, 배터리팩 부품,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등을 공급한다.

이달 공모절차에 돌입한 기업은 11개다. 다수 기업이 수요예측과 청약 이후 구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롯데, SK바이오팜 등 올해 IPO가 예상되던 대어급 기대주들 일정에도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호텔롯데의 경우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이 있는데다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상장이 불투명하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IPO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투자자 미팅이 원활치 않다보니 정보와 신뢰성 부족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공격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가장 크다”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공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점을 감안해 당장 IPO가 시급하지 않다면 한 두달 늦추는 방안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