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자율주행 센서가 '안전 지킴이' 된 사연

지난해 4월부터 생긴 법규에 따라 국내 어린이 통학 차량에는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운전자가 통학 차량 운행을 끝내고 시동을 끈 뒤 3분 이내에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경고음이나 경광등이 작동한다.

차량 뒷좌석 끝에 설치한 안전버튼을 누르기 위해 앞 열부터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차에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고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해마다 50여명 영유아가 차량 내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자율주행 센서를 활용한 후석 승객 알람 장치를 시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자율주행 센서를 활용한 후석 승객 알람 장치를 시험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자동차에는 영유아 방치 사고 예방을 위한 '확인 장치' 역할을 자율주행 센서가 대신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뒷자리까지 살피지 않아도 센서가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센서가 차량 외부가 아닌 내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 중에는 후석(2·3·4열) 승객 알람(ROA, Rear Occupant Alert) 기능이 대표적이다. 후석 승객 알람 기능은 센서로 뒷자리에 영유아의 탑승 여부를 감지해 경고음이나 계기판 표시, 스마트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탑승객이 있는지 여부를 전달한다. 보통 초음파 센서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좀 더 정확도가 높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레이더 기반 뒷좌석 탑승객 감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레이더는 옷, 담요 등을 투과해 탑승객의 흉부와 혈류의 미세한 움직임 등 다양한 생체신호까지 감지할 수 있어 뒷자리 영유아 탑승 여부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레이더 센서의 성능은 영유아뿐 아니라 성인과 반려동물까지 구분할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음파 센서는 공기를 매질로 하기 때문에 온도 변화, 음향 간섭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레이더로 대체해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미국의 사례처럼 영유아 사망사고가 증가하면서 유럽에서는 오는 2022년부터 탑승객 감지 기술을 신차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자율주행 센서를 활용한 후석 승객 알람 장치를 시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자율주행 센서를 활용한 후석 승객 알람 장치를 시험하고 있다.

운전자 부주의 경고 시스템(DSW, Driver State Warning) 같은 기술도 자율주행 센서를 활용한 사례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DSW 기술은 차량 내 장착된 카메라 센서가 운전자의 동공을 추적해 졸음 운전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보통은 눈 깜빡임이나 고개 떨굼 정도만 감지하지만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DSW 기술은 적외선 카메라로 운전자의 동공 인식을 통한 시선을 추적하는 것이 특징이다. 적외선 카메라는 빛이 부족한 야간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모두 차량 내부 공간을 뜻하는 인-캐빈(In-Cabin) 센서 기술이다. 인-캐빈 센서 기술은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 모드에서 탑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인-캐빈 센서 기술은 자율주행 모드에서 탑승객 위치나 몸 상태 등을 체크해 안전벨트나 에어백 등 전통적인 안전 부품을 통합 제어하는 융합 기술로 발전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자율주행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 차량 내외부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날이 곧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