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없어서? 나이 많아서?…'실패 기업인' 두 번 울리는 재도전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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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성공패키지' 성과 위주 평가
부채 있으면 지원대상 선순위 제외
만 39세 이하만 가점 부과 '차별 요소'
CEO 의지·비전 등 기준 다양화 필요

실패 기업인의 재기를 돕는 정부 '재도전성공패키지' 사업이 매출·고용 등 성과에 우선순위를 두고 평가한다는 업계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업 실패 이후 재기를 노리는 재창업 기업인에게는 너무 높은 '허들'로 지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늘 수 있는 실패 기업인의 재기를 위한 좀 더 정밀한 정책지원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21일 복수의 재도전사업 평가위원들에 따르면 정부의 재도전성공패키지 사업에서 매출이 없거나 부채가 있는 기업은 평가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매출 없어서? 나이 많아서?…'실패 기업인' 두 번 울리는 재도전 사업

익명을 요구한 한 평가위원은 “애초에 신용이 좋지 않고 부채가 있더라도 재기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지원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매출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가위원은 평가 현장에서 부채가 있거나 매출이 없는 기업은 지원 대상 선순위에서 제외해 달라는 주관 기관 요청을 직접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업 지원 조건에 채무가 있더라도 채무조정합의서를 체결하는 지원자는 신청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평가에 들어가면 '채무'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연령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만 39세 이하 청년인 경우 가점 최고 점수인 2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청년 재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창업자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후반이라는 점에서 이는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일부 주관 기관에서는 60세 이상 지원을 별도로 구분해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는 사실상 부도가 나지 않고, 단순 업종 전환을 위해 폐업하고 재창업하려는 젊은 사람만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정부의 재도전성공패키지는 성실한 실패 경험과 유망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재창업자의 재창업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제품 개발 등 초기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 주된 목적이다. 지원 대상은 예비 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3년 이내 기업의 대표자다.

그러나 실제 평가 기준이 매출, 부채,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업 자금 대부분은 예비 재창업자가 아니라 부실 위험이 적고 이미 재창업을 해서 매출이 일어나고 있는 중소기업에 흘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재창업 의지가 강하고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매출이 제로인 예비 재창업자는 지원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재창업 자금 부실률이 일반 창업 자금 부실보다 3배 이상 월등히 높아 평가 기준이 성과 확보에 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사업 주관 기관들도 결국 집행 기관인 창업진흥원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재기지원사업만큼은 대상자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향후 사업 계획 및 비전에 더 가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기지원 사업인 만큼 과도한 성과 창출보다 도전 기회 제공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빈손으로 재기에 나서는 기업에 정부가 세밀하게 조사하고, 이들이 '가려워하는' 곳에 맞춤형 핀셋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재창업자의 다양한 형태에 맞춰 평가 기준을 수정·보완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선정평가 기준에는 매출, 고용, 고령자 역차별 등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실패원인분석, 실현 가능성 및 성장전략 등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도록 돼 있다”며 “현장에서 이런 기준대로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고 사업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