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몰·아웃렛·백화점까지?…의무휴업 확대 '유통법 개정안' 논란

이동주 민주당 의원, 규제안 대표 발의
주말 고객 비중 높아 매출 타격 불가피
외국인 관광객 대상 면세점도 포함
업계 "내수 침체 상황서 과도한 규제"

롯데아울렛 기흥점이 휴일을 맞아 교외로 나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롯데아울렛 기흥점이 휴일을 맞아 교외로 나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의무휴업일 적용 대상에 복합쇼핑몰, 아웃렛,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을 추가로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실상 대기업 유통 채널 전체에 강제휴무를 도입한다는 의미로, 유통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운영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몰과 백화점, 아웃렛, 전문점 등에 대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 전체가 사정권이다. 주말 방문객 비중이 높은 복합몰과 아웃렛은 의무휴업이 적용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스타필드는 주말 매출이 평일의 3배를 웃돈다. 격주 주말마다 휴업할 경우 매출이 2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입점 매장의 70%가 중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규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교외 아웃렛은 대부분 주말 장사여서 타격이 더 크다. 법안에선 아웃렛 매장 면적 3000㎡를 규제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 출점하는 아웃렛 영업 면적이 5만㎡를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아웃렛이 의무휴업 대상이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몰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체험형 시설인 만큼 의무휴업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마저 꺾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우려했다.

복합몰과 아웃렛의 집객력이 도심 외곽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 조춘한 교수(경기과기대)가 신용카드 데이터를 활용해 복합몰·아웃렛 고객을 조사한 결과 대규모 점포 출점 후 기존 전통시장 고객의 7.43%가 인근 복합몰로 이탈했지만 오히려 11.83%가 신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교통 발달과 소비 패턴 변화로 상권 내 경쟁이 상권 간 경쟁으로 변화됐다”면서 “복합몰은 원거리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어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가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대규모점포 출점 및 증축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가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대규모점포 출점 및 증축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심지어 면세점마저 매월 일요일 중 하루는 쉬어야 한다. 개정안은 시내면세점도 대규모 점포로 규정하고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조항을 신설했다.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법안이라는 항변이다.

면세점은 매출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내국인도 해외 출국 대상자만 이용할 수 있다. 판매 품목도 명품 위주여서 골목상권 침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은 면세점 영업 규제 취지로 근로자 건강권 보장도 내세웠다. 장시간 근무로 건강권 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교대 근무를 통해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이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음에도 유통법 규제로 근로자 건강권을 챙기겠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해외 관광객이 몰리는 일요일에 면세점이 닫는다면 관광 산업 경쟁력도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안에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형 식자재마트와 이케아 같은 외국계 전문점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적해 온 규제 형평성을 감안한 결정이지만 대·중소기업 간 경쟁에서 온·오프라인 업태 간 경쟁으로 변화한 최근 유통 트렌드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대형 쇼핑몰이 주말에 쉬면 소상공인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소비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대규모 점포가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