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개발현장, 코로나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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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가 제공한 비좁은 공간서
수백명 인력 근무해 불안감 키워
한명만 걸려도 집단감염 불가피
원격지 근무 등 제도적 보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IT서비스 개발인력이 코로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고객사가 마련한 좁은 공간에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 때문이다. 고객사 배려와 부분 원격지 근무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객사에 파견된 IT서비스 인력 사이에서 건강 우려가 확산된다.

고객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발자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고객사가 지정한 장소에서 수개월~수년간 근무한다. 비좁고 밀폐된 임시 장소에서 다수가 근무하기 때문에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취약하다.

A은행 IT시스템을 구축 중인 한 IT서비스 기업 개발자는 “A은행 건물 1층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막바지가 될수록 투입 인원이 늘어난다”면서 “교실 4개 크기 공간에 200명 가까운 인력이 콩나물처럼 모여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시 공간이다 보니 휴게실이나 회의실 같은 구분이 없어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수백명이 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모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재택이나 순환 근무를 허용하는 고객사도 있다. 30억~40억원 미만 중소 프로젝트 중에서는 원격개발 방식을 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중대형 IT프로젝트는 대부분 A은행과 같은 상황에서 진행된다. 규모가 클수록 보안 등 이유로 재택 전환이나 원격지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내부 계열사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또 다른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내부 계열사라고 해서 납기를 연장해주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한다”면서 “고객사는 필요하면 필수인력 제외하고 재택을 하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 기업 인력은 본인이 코로나에 감염될까 걱정한다. 본인으로 인해 중요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것은 더 두려워한다.

파견 인력이 본사 직원에게 느끼는 상실감도 존재한다. 한 대형 IT서비스 기업 본사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그러나 고객사에 파견된 인력은 고객사 정책을 따라야하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는 고객사가 외주인력이 같은 건물에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면을 바라는 정서상 이유나 업무 효율성, 보안 유지 차원에서 수십년간 지속돼온 방식이다. 금융권의 경우엔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원격지 개발을 허용하지 않는다. 네트워크가 폐쇄망이라 외부 접속이 불가능하다.

투입 인력 수로 사업 단가를 책정하는 '맨먼스' 계약 방식도 개발인력을 고객사에 붙잡아두는 요인이다. 고객사는 특정 등급 이상 개발자 일정 인원이 현장에 상주하기를 요구한다. 공공 분야에서는 2018년부터 헤드카운팅을 금지했지만 민간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프로젝트가 지연됐을 경우 IT서비스 업체가 지는 배상 의무도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게 한다.

IT서비스 업계는 발주자 측에 부분 원격지 근무 등을 통해 개발자 밀집도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주길 요청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외주 개발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면서 “감독기관 협조가 필요하겠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 기반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격지 개발과 보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