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삼국지] <2> 1강 독주에서 3파전으로 재편되는 '안마의자' 시장

불과 5년 전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1위 업체가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 독주체제였다. 그러나 최근 1위 업체 성장률은 둔화되고, 그 사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후발 안마의자 업체들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1강 2중 체제가 됐다. 현재 안마의자 시장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 간 3파전이다. 여기에 LG전자, SK매직,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도 렌털 비즈니스 라인업 확대를 위해 안마의자 시장을 노리고 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올해 1조원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약 10년 만에 50배 이상 성장이다. 안마의자 시장은 정확한 집계가 없기 때문에 주요 업체들의 매출 합산으로 추산한다.

안마의자 시장은 2017년 약 6000억원에서 매해 몸집을 불려 지난해 9000억원 규모를 돌파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여 년 전에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이 200억~3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가격이 1000만원에 육박해 일부 소비자만 구매하는 프리미엄 특수 가전으로 여겨졌다. 당시 시장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가 모두 장악했다. 실버 세대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일본산 안마의자는 검정색의 투박한 마사지기 수준으로,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바디프랜드, 코지마, 휴테크 등 국내 업체들이 '제품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안마의자 대중화'가 시작됐다.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파라오 S II는 사용자의 정신건강 관리와 면역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바디프랜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파라오 S II는 사용자의 정신건강 관리와 면역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바디프랜드]

국내 안마 의자 시장을 크게 키운 1등 공신은 바디프랜드다. 한때 국내 안마의자 시장 점유율 80%를 넘었던 바디프랜드는 현재도 점유율 60%대를 차지하고 있다. 1위 업체 점유율이 낮아진 것은 후발 주자들의 점유율 상승을 의미한다. 바디프랜드 매출 성장률은 2017년만 해도 19%에 달했으나, 2018년 9.3%, 지난해는 6.6%로 낮아졌다. 반면에 지난해 코지마 매출 성장률은 21%, 휴테크는 41.9%에 달했다. 바디프랜드 매출 규모가 다른 기업보다 훨씬 커서 성장률만으로 비교가 어렵지만, 수 년 전과는 확연한 변화다.

바디프랜드가 시장 1위로 올라선 배경은 디자인과 마케팅 차별화가 꼽힌다. 전문 디자이너를 대거 영입하며 까맣고 투박한 디자인에서 탈피, 슈퍼카나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와 같은 남다른 디자인 제품을 선보였다.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안마의자를 모든 세대가 사용하는 제품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먹혀들기 시작했다.

바디프랜드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초기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렌털 비즈니스도 도입했다. 많은 소비자가 안마의자를 경험하기 위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렌털 비즈니스는 바디프랜드가 크게 성장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코지마 가이아 제품컷
코지마 가이아 제품컷

바디프랜드 1강 독주에 제동을 건 기업은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끈 코지마다. 코지마는 '가성비 안마의자'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갔다. 현재 코지마는 국내 시장 점유율 20% 초반을 기록 중이다. 코지마는 다른 업체와 달리 중·장년층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 코지마의 고객층은 40대, 50대, 30대 순이다.

코지마는 렌털 없이 직접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시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렌털 대신 36개월 무이자 카드 할부 결제를 지원한다. 안마의자 핵심 기능을 모두 담으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끼임 방지 시스템과 차일드락 기능이 모두 탑재된 휴테크 안마의자 ES9 블랙(2020.9 출시).
끼임 방지 시스템과 차일드락 기능이 모두 탑재된 휴테크 안마의자 ES9 블랙(2020.9 출시).

휴테크는 기존에 없던 신기술을 안마의자에 탑재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프리미엄 기술과 세련된 제품 디자인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휴테크가 독자 개발한 음파진동 마사지 시스템은 물이 70%를 차지하는 인체에 유익한 음파 진동을 줘서 차별화한 안마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휴테크는 시장 점유율 10%대 초반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3개 기업 중 매출 성장 속도는 가장 빠르다.

가격대는 업체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코지마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코지마 안마의자는 100만원 중·후반~500만원대 초반이다. 가장 비싼 가격대 안마의자는 바디프랜드로 200만~8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최고가 안마의자는 바디프랜드 람보르기니 안마의자로 무려 2900만원이다. 휴테크 제품은 150만원에서 690만원 사이다.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다보니 마케팅 출혈 경쟁도 이슈다. 스타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이 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바디프랜드, 코지마, 휴테크 등 업체들의 영업이익도 감소 추세다. 3개 업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9.1%, 16.1%, 26% 줄었다.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바디프랜드는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코지마와 휴테크는 더 많은 시장을 빼앗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마의자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서 소비자 선택지는 더욱 넓어졌지만 업체 간 출혈 경쟁도 우려된다”면서 “각 업체들은 매출이 지속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효율적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