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주요 7개국(G7) 가운데 공공시장에서 외산 스피커를 주로 쓰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자국 제조사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도 프로 음향장비는 국산을 장려해야 합니다.”
임익찬 임산업(LEEM PROAUDIO) 회장(한국방송음향산업협의회장)은 국내 음향장비 공공조달시장이 지나치게 외산에 치우쳐 있다며 '국산 스피커 품질이 나쁘다'는 인식을 대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공공시장 90% 이상이 외국 업체에 점령당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체육시설, 복합문화예술회관, 학교, 구청 공연장 등 생각보다 많은 공공시설에 음향장비가 설치된다. 3대 음향장비인 '스피커·앰프(증폭기)·콘솔믹서' 중 스피커와 앰프는 국내 기술이 성숙 단계에 이르러 굳이 외산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국산 점유율이 잠시 올랐으나 잠시뿐이었다.
임 회장은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중에 수입차를 타는 사람이 어디 있나? 주위 시선도 있고 국내 산업을 일으키자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스피커나 앰프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관심도 덜하니까 습관적으로 외산을 쓴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음향장비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 내놔도 손색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제기준에 맞는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의해 객관적 기술력 비교가 가능한 시대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외산과 국산 기술 차이가 없다고 임 회장은 주장했다.
하이엔드 음향장비는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G7 국가 외에 한국 정도가 제조기술을 보유했다. 중국도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는 영역이다.
임산업은 올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변잔향 입체음향장치'인 '람세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소리울림(잔향)이 공연장 구조에 따라 고정됐으나, 이 장치를 사용하면 공연 종류에 따라 다르게 할 수 있다. 임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일 제15회 전자·IT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임 회장은 “G7 국가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상당 부분 자국 음향장비를 사용하면서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국제조약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산 제품 점유율을 높이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81년 임산업을 설립하고 40년간 스피커 등 음향장비 외길을 걸어온 임 회장은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 지사를 세울 정도로 글로벌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음향장비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지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시장이 침체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으나 새해에는 람세스 등 신기술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공연 수요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럴 때일수록 연구개발(R&D)을 강화해 미래를 대비했다”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임산업'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