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정 만능주의와 청년

[기자수첩]재정 만능주의와 청년

정부 추가경정예산 가운데 '불요불급'한 사업이 곳곳에 보인다. 선거철을 앞두고 예산정책이 또 정치화되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아직 쓰이지도 않은 사업에 추경예산이 속속 투입된다.

애초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이번 추경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긴급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실제 본예산으로 마련된 사업 중 실집행률이 10%도 되지 않는 사업이 4차 추경예산안에서 1조4000억원이 추가됐다. 설상가상 실집행률이 1%가 되지 않는 사업도 증액됐다.

집행률 기준으로 보면 '긴급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포함된 셈이다.

예컨대 환경부 분리배출 취약지역 배출환경 개선사업은 실집행률이 0%다. 그럼에도 1152억원이 추가로 편성됐다.

이처럼 집행률이 저조하거나 전년도 집행률이 낮았던 사업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오히려 추경예산 19조5000억원 가운데 10조원을 적자국채로 발행한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연초부터 정부와 여당이 추경안 규모를 두고 '줄다리기'한 것과는 다소 괴리감이 드는 결과물이다. 이보다 앞서 당정은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할 것이냐 보편 지원할 것이냐”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기획재정부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추경 규모로 보면 당이 이전 제시의 20조원에 가까운 19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표면적으로 정부, 실질적으론 여당이 승리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여당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보다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농민을 포함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농어민 가구에 100만원씩 지급하는 안을 포함, 총 1조3000억원 증액을 제안했다.

예산 증·감액으로 여야가 맞서면서 재난지원금이 적기 집행이 될지 안갯속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이 일정대로 추경 심사를 마무리 짓는다면 이달 중 지급을 시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재정 만능주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은 중장기적 안목에서 운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재원 마련은 필수적이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미래세대, 우리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