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불확실성 시대의 경영전략

[미래포럼]불확실성 시대의 경영전략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의사결정을 한다. 의사결정은 환경 또는 상대방에 대해 의사결정자의 행동을 확정하는 것이다. 환경 판단 요소의 확률분포를 알고 있는 경우 통계적인 방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어날 가능성은 있으나 확률분포를 알지 못하는 경우를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불확실성은 특히 두려움과 무지에서 온다.

근래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팬데믹 불확실성을 접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이 조사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대상자가 되면 접종하겠느냐는 설문조사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반반으로 나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는 인류에 큰 업적을 남기고 은퇴 후 질병, 환경 등 지구적인 인류애를 펼치고 있는 천사라고 생각되지만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통해 사악한 악마라는 주장도 있다.

4차 산업혁명 변화와 함께 인공지능(AI) 발전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AI 피조물이 나타나는 기술적인 싱귤래리티가 앞으로 25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국가가 보증하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에서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가 7000만원에 육박한다. 과연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 무엇을 믿어야 할까. 이러한 시대의 경영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렸을 적 절친한 친구의 외할아버지를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 가족은 그분을 두려워했고 존경하고 있었는데 도인이셨다. 가족들이 체험한 것은 그분이 축지법을 쓰셨고, 친구가 위험이 닥쳤을 때 갑자기 나타나서 구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젊어서 속세를 떠나 금강산에서 스승을 만나 도를 닦으시다가 6·25전쟁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귀향해 충북 음성군 무극에 기거했다. 여름방학 때 친구와 함께 그분을 잠시 만나 뵐 수 있었다. 당시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나는 “사람이 길을 걷다가 두 갈래 길을 만났을 때 과연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합니까? 가기 전엔 어느 길이 옳은지 모르는데, 이미 갔다가는 돌아올 수 없는데 말입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나에게 정작 아무 응답도 안 하시고 빙그레 웃으시며 가부좌 자세로 좌우로 흔들흔들하시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셨다.

“옛날 산사에 스승님과 두 제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한 명의 제자와 밤에 잠을 자다가 '얘야~ 저기 책상 위에 냉수 한 사발이 있으니 가져다 다오' 하셨다. 산속의 밤은 칠흑 같다. 제자는 책상 위에 그릇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가지고 오려다가 그만 엎질러서 스승은 물을 드시지 못했다. 이튿날 다른 제자와 잠을 자다가 똑같은 주문을 하셨다. 다른 제자는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었다. 방바닥을 더듬어 책상 다리를 잡고, 책상 다리를 더듬어 그 위로 올라가 냉수 그릇을 만지고 그것을 고이 가져다가 스승께 드렸다. 스승은 냉수를 시원하게 들이키시고 그날 밤 잠을 푹 주무셨다.” 이 말만 하시고 흔들흔들하고 계셨다. “이 시대에 참 공부를 하는 사람이 없어” 하시면서.

불확실한 미래는 칠흑 같은 어둠과 같다. 디지털 시대는 불확실성 시대다. 산업시대에는 비즈니스의 근간이 천연자원이었으므로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최적화하기 위해 계획을 잘 세웠어야 했다. 주된 경영전략은 오랜 고민 끝에 잘 만든 단·중·장기 계획 수립이다. 이대로 따라가는 게 성공전략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자원은 지식, 정보, 데이터다. 1년에 2배 넘게 발전하는 신기술과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 대해 계획을 세우기보다 트렌드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도인의 말씀이 오버랩 된다. 무엇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말고 어둠 속을 더듬어야 한다. 계획은 참고일 뿐 나침반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회복력을 찬찬히 확보해 나가야 한다. 실시간으로 시장과 환경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실시간 기업, 소비자 변화 상황에 맞춰 생산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 위기대응 시스템과 함께 현장감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 둘 필요가 있다. 한국IT서비스학회 춘계학술대회의 주제가 '글로벌 리스크 극복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 혁신'이다. 디지털 서비스 혁신을 통해 불확실성 시대의 대응 전략과 회복력을 준비해 보길 바란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한국IT서비스학회장 ggl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