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계에 몰린 카드 수수료

[기자수첩]한계에 몰린 카드 수수료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준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서 업계가 상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드 가맹점 적격비용 산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카드사는 물론 밴사 등 산업 종사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적용된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18년에 정해졌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 가맹점 적격비용을 산정한다. 당시 금융당국은 원가 이하인 우대가맹점 구간을 연매출 30억원 이하까지 확대했다. 이는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받게 됐다. 또 이들의 수수료율도 최대 0.65%포인트(P) 낮췄다.

문제는 이런 여파가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신용카드 구매액은 매년 증가했지만 가맹점수수료는 줄고 있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가 거둔 가맹점수수료는 전년 대비 1336억원 줄었다. 그럼에도 전체 손실이 36억원에 그친 것은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여파는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곤 모두 단종됐다. 부가서비스 역시 예전만 못하다.

카드사도 손실을 공동부담 또는 전가하면서 갈등도 커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NH농협카드와 밴사인 파이서브 간 가맹점 수수료 갈등도 이런 이유로 촉발된 것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현재 파이서브는 수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정산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 인하가 결국 소비자에겐 혜택 축소를, 그리고 국내 지급결제 산업 자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전문가들도 현재 수수료를 조달비용 등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상 어디에도 민간 카드 수수료율을 정부가 관여하는 나라는 없다.

물론 과거 신용카드사가 카드대출과 턱없이 높은 카드 수수료율로 막대한 매출을 올린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카드 산업도 민간 금융의 한 축이다. 언제까지 정치적 카드로 카드수수료율 조정이 악용될 것인가. 이제는 냉엄하게 시장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모든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다만 이 부담을 현재 한계에 봉착한 카드사에 추가로 지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실제 카드사 실적에서 대출이 본업인 카드업보다 비중도 크다. 이는 건전한 산업 생태계라 볼 수 없다. 국내 카드 산업이 본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계에 내몰린 수수료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