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등의결권' 긍정적으로 검토하자

국회에서 '복수(차등)의결 허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를 용이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의 법안이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성장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그 회사의 인력 구성이다. 두 번째는 적당한 시점에 이뤄지는 투자다.

인력 구성면에서는 당연히 회사가 초기일수록 창업자와 핵심 인력들의 역량이 가장 크게 좌우한다. 실제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 대부분은 그 회사의 사업 아이템이나 기술력보다도 핵심 인력을 더 중요한 투자 요인으로 고려한다. 아이템이나 기술력은 바꾸거나 보완할 수 있지만 창업자 등 핵심 인력 교체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투자 역시 기업 성장에 필수 요소다. 필요한 자금이 적절한 시기에 수혈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인력과 아이템, 기술로도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사례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이런 조건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막대한 투자와 창업자의 뚝심이 없었다면 쿠팡의 오늘은 없었다.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10.2%로 4대 주주에 해당한다. 그러나 29배에 이르는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실제 의결권은 76.7%에 달한다. 창업자와 대규모 투자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적절하게 합의한 결과다. 현재의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복수의결권이 없었다면 쿠팡의 막대한 투자 유치, 나스닥 상장으로 이어진 성과도 없었다. 실제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이유의 하나가 복수의결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분명 재벌 세습 등 복수의결권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이해한다. 그러나 우려는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보완하면 된다.

코스닥이 20여년 만에 1000포인트(P)를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코스닥 시가총액은 애플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더 많은 성장 기업을 만들고 그 열매를 해외로 뺏기지 않으려면 더 나은 스타트업·벤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하는 관련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