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돈 원봉 회장 "창립 30주년, 제품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중견기업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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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돈 원봉 회장 "창립 30주년, 제품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중견기업 도약"

김영돈 원봉 회장은 창업 후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부침 없이 회사를 견실하게 키워 올 수 있었던 것에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2시간 가까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느껴진 김 회장의 사업 노하우와 성실함은 가전업계 '강소기업'으로 통하는 원봉의 경쟁력이 결코 운 때문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불모지였던 국내 냉온수기 시장을 개척해 키워 냈고, 한국 업체에게는 '가전의 무덤'이라는 일본 시장에서도 인정받은 그의 사업 노하우가 남달랐다.

올해는 원봉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창사 30주년을 맞는데다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점프 업'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영돈 원봉 회장에게 30년간 회사를 우직하게 이끌며 느낀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홍기범 전자신문 부장과 김영돈 원봉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홍기범 전자신문 부장과 김영돈 원봉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민수 기자>

대담=홍기범 전자자동차부장

-원봉을 처음 만들었던 30년 전 창업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회 초년생 때 섬유를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근무했다. 당시 한국은 섬유로 먹고 살고 호황을 누리던 시대다. 당시 우연한 기회에 외국산 냉온수기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 냉온수기 불모지였다. 내 주특기가 수출업무여서 향후 냉온수기가 국내외로 상당히 전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내수만 가지곤 부족하다고 판단, 냉온수기를 개발해 해외를 수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창업했다.

이런 예측은 운 좋게 잘 맞아떨어졌다. 당시는 우리나라는 물 판매가 불법이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에비앙 등 물을 사서 마시는 게 보편화됐던 시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88올림픽을 계기로 생수, 물 산업이 급물살을 타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1991년 창업 당시엔 냉온수기에 주력했다. 당시 국내 시장은 물을 왜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불모지와 같던 국내 냉온수기 시장이 단기간 내에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최초로 냉온수기를 생산했다.

당시 수요는 낮은 편이었고, 국내 생수 판매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도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1994년 국내 생수 시판이 허용되면서 국내 냉온수기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창고에 쌓아놓을 재고가 없을 정도로 고객사가 줄을 지어 기다릴 정도였다.

원봉은 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오다 2007년 3월 새로운 브랜드인 '루헨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루헨스는 고객에게 언제나 건강하고 달콤한 휴식을 선사한다는 비전을 내포하고 있다.

-성공만 있었던 것 같다. 어려움은 없었나.

▲여타 기업들처럼 원봉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초기에는 냉온수기에 대한 개념 자체를 은행에서도 몰라서 대출도 못했다.

사업 초기에는 갑자기 세무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당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여서 세금, 회계 등을 꼼꼼히 미처 챙기지 못하던 때였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만 집중했지, 세무나 회계를 등한시했던 것이다. 당시 자사 품목이 호황품목으로 묶여서 4번 정도 세무조사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100% 생각이 바뀌었다. 향후 기업은 투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회사를 투명하게 경영하고, 회계와 세무에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IMF와 키코 사태 때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협력업체와 관행처럼 이어오던 어음거래를 없애고, 모두 현금 결제로 전환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지만 30년을 돌아보면 대체로 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업은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그 이상이었다.

내 사업을 하는데 열심히 안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성패를 좌우하는게 운이라고 생각한다. 주변환경·시장성 등 여러 조건이 어떻게 다가오느냐가 중요한데, 난 개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잘 들어맞았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돈 원봉 회장 "창립 30주년, 제품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중견기업 도약"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 철학은 무엇인가.

▲정직, 혁신, 신뢰다. 2010년 회사 내에 '가치관 경영'을 선포했다.

기업은 영리추구가 목표이지만 돈만 따라가서는 제대로 된 기업이 될 수 없다. 이런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동 목표를 세운다는 건 사업을 운영할 때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과 철학을 공유하고, 회사가 성과를 내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상여금을 나누는 등 노사 간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치관 공유를 통해 직원이 제품 하나를 조립하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꼼꼼하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도 중요한 대목이다. '더 좋은 제품이란 더 안전한 제품이다'라는 연구개발 미션을 바탕으로 매출의 2%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품질 경영을 몸소 실천해왔고 혁신적 기술력으로 국내외 약 120여건의 주요 인증과 특허를 확보했다.

신뢰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08년 키코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는 내수 시장 다각화 등 흔들림 없는 결단으로 위기를 견뎠다. 1998년부터 거래업체 어음을 없애고, 현금 결제를 시작해 부채율을 낮춰 재무 건전성을 유지했다. 원봉의 제품에 녹여온 정직과 신뢰의 철학을 협력사와의 관계에 반영해온 결과다.

-소비자에게는 원봉이라는 회사 이름보다 '루헨스'라는 브랜드도 알려져 있다. 루헨스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루헨스는 30년간 세계 60여개국에서 각 시장에 특화한 제품을 선보였다. 원봉은 환경 가전은 물론 필터 같은 핵심부품을 개발·생산·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품 없는 합리적 가격이 가능한 이유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쉽게 살아남지 못한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을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일본은 직수형 정수기보다 냉온수기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다. 원봉은 일본 냉온수기 시장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 분야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뢰와 제품력을 기반으로 이뤄낸 성과다. 일본 고객사와 장기간 협업한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파트너사와 거래를 할 때 지키는 인생의 철칙이 있다. 바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사업 인생을 통틀어 납기일을 단 한 번도 미룬 적이 없고, 늘 약속한 시간보다 하루라도 빨리 요구사항을 해결해준다. 이런 작은 행동이 모여 큰 신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시장에선 한일 무역갈등이 극심한 때에도 꾸준히 매출이 성장했다. 해외 매출 60%가 일본 매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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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사 30주년이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한해다.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는 중요한 획을 긋는 한해가 될 것이다. 제조사는 내가 물건을 더 팔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케파(생산가능수량)가 정해져 있다. 회사 성장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조립라인을 1개 증설했다.

30주년을 맞는 중요한 때이지만 원봉은 단순히 기업의 외형적 성장에 몰두하지 않을 것이다. 원봉은 기업 현 상황과 상관없이 무리하게 투자를 받거나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에게 다소 인지도가 적었던 것 같다. 그동안 장기간 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집중 국내 시장보다는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기업의 내실을 다져 나가면서 소비자와의 접점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 단순하게 매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을 추구하고 싶다. 소비자가 그런 기업의 책임과 노력을 체감할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할 것이다.

-수출 성과가 좋다. 앞으로 수출 사업 비전은 어떠한가.

▲원봉은 전체 매출이 2019년 1187억원, 2020년 1314억원으로 약 11% 정도 성장했다. 전체 비중의 약 64% 정도가 해외 매출이다. 2019년 대비 약 16% 성장했다.

해외 사업에는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1995년부터 수출에 뛰어 들었는데, 내수 시장을 섭렵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렸다.

특히 원봉의 해외 수출 비중은 아시아, 유럽, 중동, 미주 순이다. 특히 깐깐한 일본 시장에서 매우 높은 성과를 보인다. 일본 냉온수기 시장의 상위 1~5위 기업 대부분의 ODM 제품을 원봉이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수출하는 정수기 중 37%가 원봉 제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생 가전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다. 정수기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유럽, 미주 지역에서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차별화한 디자인과 품질, 가격 경쟁력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원봉을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은가.

▲원봉의 가장 중요한 기업 가치는 정직, 혁신, 신뢰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세 가지의 가치를 업무에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직의 가치는 곧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는 정직한 기술력과 연결된다. 정직의 가치를 기술에 실현해나가는 것, 제품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소성대(以小成大)'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큰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하찮게 여길 정도로 작은 것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다. 작은 것 하나도 소중히 여겨야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원봉은 우직하고 정직하게 사업하며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돈 원봉 회장 "창립 30주년, 제품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중견기업 도약"

○김영돈 원봉 회장은...

1991년 원봉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동국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최고산업전략과정을 수료했다.

1978년 대기업 무역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다년간 해외 무역의 실무를 경험했다.

섬유 수출을 담당했던 1987년, 냉온수기 생산업체의 설비 인수를 결심한 것이 정수기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개발부터 생산, 영업, 해외 수출까지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냉온수기 시장에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정리=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