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8>ESG와 디자인 싱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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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비재무적 요소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백인규 한국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이자 ESG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ESG 경영 모범사례와 함께 향후 방향성을 들었다.

ESG 경영 선도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셀린, 도브비누 등으로 잘 알려진 유니레버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파울 폴만은 '지속 가능한 삶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단기적인 자선활동이 아닌 기업의 전사적 역량으로 집결해서 회사의 수익 증진과 함께 환경적 발자취를 줄이고 사회적 영향력도 높이고자 했다.

이는 ESG 경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폴만은 기업의 장기적 관점에서 분기별 보고서와 수익의 공시를 중지하고, 주주들에게는 비즈니스의 장기적인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줄 것을 촉구했다. 그 결과 당시 주식이 8%나 폭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10년 동안 유니레버는 전사적인 성장세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주주들에게 290%에 이르는 수익을 안겼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폴만의 비즈니스 접근 방식이자 태도다. 폴만은 기업을 향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바뀌고 있음을 확신하고 미래 사업 영위를 위해 ESG와 같은 '지속 가능 의제'를 다룰 때 경영진이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직이 환경과 사회 문제를 고려한 목표를 세워 고객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며 얻은 생생한 고객 경험과 인사이트 기반으로 임직원들과 소통했다. 그 결과 유니레버의 지속가능경영은 조직 변화를 넘어 기업의 경제적 가치 및 사회적 가치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ESG 경영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ESG 경영은 환경과 사회 문제를 고려한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지배구조를 갖춤으로써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면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그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 시대에 기업의 지배구조란 단순히 형식상 지배구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ESG 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폴만의 비즈니스 접근방식 및 실행 과정은 혁신을 위한 사고방식으로 알려진 디자인 싱킹과도 비슷하다. 혁신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은 △인간중심적 접근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한다.

폴만은 ESG 경영 도입에서 우선적으로 △(인간중심적 접근)고객이 필요로 하는 본질적 가치를 찾아내고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내부 조직뿐만 아니라 실제 고객 및 조력가들과 협력해서 실현 가능한 것들을 구현하고 △(지속 가능성)실질적인 경제적 및 사회적 가치 창출까지 이어냈기 때문이다.

결국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앞으로의 기업은 ESG 경영을 기획·실행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주주들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충분한 소통 및 접근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ESG 경영을 도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모든 것을 다 이루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ESG 관점에서 우선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파악하고, 비즈니스 전 과정을 단계별로 기획·실행함에 있어 디자인 싱킹 같은 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기업가치와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기대한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