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척수액서 '난치성 뇌전증' 돌연변인 검출...KAIST, 수술 필요없는 진단법 개발

우리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로 난치성 뇌전증 원인 유전자를 수술없이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스테파니 볼락 프랑스 소르본대 뇌연구센터 교수팀과 함께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 특이적 체성 돌연변이 유전자를 뇌척수액에서 검출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세연 KAIST 의과학대학원 김세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내용은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학회보'에 지난달 4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난치성 뇌전증은 많은 경우 뇌 신경세포 체성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세포 유리 DNA'를 활용, 수술없는 비침습적 진단 시도가 활발했다. 세포 유리 DNA는 혈장 등 세포가 괴사했을 때, 단편적으로 잘린채 발견되는 DNA다.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통해 세환자 뇌척수액에서 발견된 병인 돌연변이.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통해 세환자 뇌척수액에서 발견된 병인 돌연변이.

문제는 뇌전증 관련 돌연변이를 포함한 세포 유리 DNA를 혈장에서는 검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뇌혈관 장벽으로 막혀있다. 그래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뇌수술로 병변 부위를 도려내 원인 유전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 뇌척수액에 존재하는 미량의 세포 유리 DNA에도 병인 돌연변이가 존재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 12명의 뇌척수액에 극미량 존재하는 세포 유리 DNA를 정제·증폭해 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분석한 결과, 환자 3명에게서 병인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했다. 수술 없이 척추 주사로 병인 돌연변이를 진단하는는 틀을 마련했다. 진단뿐만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치료 후 환자 예후를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KAIST 교원창업 기업인 소바젠(대표 김병태)을 통해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개발, 진단법 활용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김세연 KAIST 의과학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김세연 KAIST 의과학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김세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뇌척수액만을 채취해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이 검출법이 새로운 진단법으로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 과학재단, 보건복지부 및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