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세상에 나쁜 대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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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우리집에서 진짜 내 집은 신발장이야. 나머지는 다 은행 거야.”

MZ세대라면 한번쯤 들어 본 농담일 것이다.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은행 대출이 무조건 필요할 정도로 대출은 대중 상품이 됐다.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대출 보유자 비율은 71%를 넘어선다. 특히 주거 관련 비용이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비중은 6조4000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인 9조5000억원의 3분의 1이나 차지했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 이용자도 월 주거비용에 대한 설문조사(주담대 보유자 500명 대상)에서도 응답자 45%는 '90만원 이상 지출한다'고 응답했다. 월 급여가 300만원이라면 약 3분의 1이나 되는 금액을 대출 갚는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대출. 우리는 어떻게 대출을 바라보고 대해야 할까.

'대출은 빚. 빨간 딱지. 절대로 받으면 안 되는 대출은 나쁜 것'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으레 어른들이 말하는 대출의 부정적인 면을 보며 자란 탓에 대출을 두려워하고, 돈에 대해 따지면 돈을 밝힌다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통상 좋지 않은 행동으로 여겨 왔다. 절약하면서 돈을 아끼고, 가능하면 대출을 받지 않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누군가는 학자금, 누군가는 사업자금,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로운 삶을 위해 큰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과 더 많이 마주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은행을 방문해서 대기번호표를 들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는가. 은행 대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서류는 잘 챙겨 왔는지, 대출 승인이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대출을 받기 직전까지 느끼던 답답한 고민은 은행 창구에서 마주한 불쾌한 경험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나 역시 그랬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전세자금을 빌리기 위해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직업이 없으시군요. 주부시네요. 남편분이 대신 방문해 주세요.” 은행원과 말 한 번 섞기 위해 묵묵히 기다린 30분의 시간과 창구 앞에서 겪은 적잖은 모멸감은 오히려 대출 비교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후기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쁜 대출은 없지 않을까? 이제껏 우리가 경험하며 습득한 대출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대출은 꿈을 현실화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고, 새로운 삶 개척이나 현재의 삶 유지에 필수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대출은 우리에게 삶의 레버리지(leverage), 즉 지렛대 효과를 하는 셈이다.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를 넘어 우리 모두가 삶을 지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대출 비교·중개 서비스가 대출 공급자와 수요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 이제 수요자의 적극적인 자세와 좋은 대출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때다.

지금처럼 은행에 굳이 가지 않아도 내게 꼭 맞는 대출을 찾을 수 있는 시대라면 '대출은 무조건 나쁘다'고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 걸어 가야 할 앞날은 훨씬 더 희망적일 테니. 그렇다, 세상에 나쁜 대출은 없다.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hyemin@fin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