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 굴착에 쓰이는 거대한 드릴 설계를 자동화하는 기술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지반 상태에 따라 맞춤 설계가 필요한 커터헤드 설계 기간이 1개월에서 3일 정도로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TBM(Tunnel Boring Machine)' 커터헤드 설계 자동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TBM은 터널 전단면을 기계굴착하는 장비로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고 시공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첨단 건설기계다. 터널을 뚫기 위해 이 장비 앞에 설치한 드릴을 커터헤드라고 부른다. TBM은 규격화된 건설기계와 달리 지반상태 등 현장 조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제작해야 하는 고가의 건설기계다. TBM 제작 및 운영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독일, 미국 등 6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TBM 커터헤드 설계자동화 시스템'은 기존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커터헤드 설계를 3차원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했다. 다양한 지반 조건을 입력하면 이에 적합한 커터헤드 설계가 자동으로 이뤄지게 하는 첨단 기술이다. 현재 평균 1개월 이상 소요되는 커터헤드 설계 소요기간을 3일 이내 완료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이엠코리아 등 4개 민간회사가 국토교통부 연구개발(R&D)에 참여해 이뤄낸 성과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94억원이 투입됐다.
커터헤드 설계 자동화 시스템과 함께 'TBM 장비 운전제어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해 국산화했다. 이 기술은 커터헤드 회전속도, 굴진방향 등을 자동 제어하고 운전하는 TBM 운용의 핵심 기술이다. 일부 선진 국가에서만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술을 통해 순수 국내 기술로 TBM 제작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터널굴착 공사 시 소음, 진동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하기 위해 화약을 사용하는 굴착방식보다는 TBM을 활용한 기계식 굴착방식이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TBM제작 시장은 2019년 6조원에서 2027년 8조4000억원으로, 국내 TBM 제작 시장은 2019년 1781억원에서 2027년 241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주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TBM 커터헤드 설계자동화와 운전·제어 시스템 개발은 우리나라 건설기술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라며 “앞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통해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