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인점포는 아직 자영업자의 동아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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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인점포는 아직 자영업자의 동아줄이 아니다

이토록 감흥이 없던 올림픽이 있었나 싶다. 일본 도쿄에서 한국의 금메달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데도 국내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초토화된 경제는 올림픽도 국민의 흥을 돋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까지 확정돼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해 가는데 창업시장 무인화가 자영업자 대안 또는 대응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연 점포 무인화가 현 시점에서 자영업자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식당, 카페, 학원, 미용실, 세탁소 등 골목상권 자영업자 가운데 79%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더욱이 코로나19 4차 유행이 번지면서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4단계로 올라간 수도권에선 오후 6시 이후 2명을 초과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자영업자들을 컨설팅하다 보면 매출 감소로 직원을 줄이고 빚을 내 가며 근근이 버티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통계청이 7월 14일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128만명이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의 145만명과 견줘 17만명 감소했다.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해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주인 혼자 가게를 꾸려 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 혼자 가게를 꾸리는 것을 넘어 아예 사람 없이 가게를 운영하는 움직임도 창업시장에서 활발하다. 셀프 주문, 셀프 계산 등을 콘셉트로 편의점·음식점·카페 등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일단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창업자 반응은 좋다. 키오스크 같은 무인화를 위한 기계 등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임대 형태로 운영이 가능, 초기 투자 비용도 적다. 언뜻 보면 무인화가 이 세상 장사의 핵심인 것만 같다. 그러나 무인점포 역시 한계가 뚜렷한 장사의 한 형태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일단 무인 편의점을 살펴보면 아직 대다수 점포가 술과 담배를 팔지 못한다. 손님 연령을 파악하는 기술과 인증 기술이 시도되고 있지만 미흡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주요 매출이 술과 담배인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무인 편의점 선택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결국 주간에는 사람이 상주해서 술과 담배를 팔되 야간에는 상품을 빼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무인점포에 설치된 계산시스템을 중장년층과 장애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무인점포의 단점이다. 비교적 단순한 키오스크 주문조차 어려워하는 중장년층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셀프 계산은 더욱 큰 산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이들은 사람이 있는 점포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고, 무인점포는 고객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무인점포 확산은 멀리 보면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행한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에 따르면 기술대체효과로 인해 오는 2025년 우리나라에서 전체 노동자의 약 70%인 1800만명이 일자리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일자리 대체 충격은 상품판매원 등 단순노무자에게 가장 크게 나타나 이들 가운데 약 90%가 위험에 직면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지난 2016년 12월 미국 백악관이 발행한 '인공지능(AI), 자동화 그리고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로 인해 위협받는 직업은 저임금·저숙련·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정보 기술의 특성을 볼 때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인점포 확산은 쇼핑 편리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창업자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군침이 도는 창업 아이템이다. 그러나 주요 아이템의 판매 한계, 고객층 이탈 등 문제와 일자리 감소라는 큰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무인점포가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매스컴에서도 현란한 용어와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바탕으로 무인점포를 선전해선 안 된다.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리는 아주 고약한 일이 될 수 있다.

장우철 광운대 스마트융합대학원 교수 cwc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