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기술창업의 멋진 조연, 출연연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 항공우주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창업기업 성장과 성공을 위한 각종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기업 투자유치 금액은 올 5월 기준 1조1000억원, 6월 기준 1조2000여억원을 기록해 두 달 연속 월간투자 1조원대를 넘어섰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 한 해 전체 투자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현재 우리 창업생태계가 2000년대 제1 벤처 붐과 비교 시 20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혁신성장 상징으로도 볼 수 있는 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수는 15개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규모라면 머지않아 유니콘을 뛰어넘어 10조원 가치 기업 '데카콘' 출현도 기대된다. 물론 창업기업 개수나 규모 실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창업의 질적 전환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본래 역할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미래기술 연구개발과 성과를 산업현장에 확산하는 데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과 확산과 더불어 창업기업 육성 역시 중요한 역할이 됐다. 이를 통해 15년 동안 출연연에서만 콜마비앤에이치,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진시스템 등 4개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출연연이 운영 중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그중 연구자 본인이 창업하는 경우가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기술에 대해 잘 알아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고 시장 변화에 맞춰 대응하는 추가 개발 능력을 보유해 성공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다. 아울러 각 출연연이 갖고 있는 내·외부 창업지원 프로그램, 휴·겸직 제도, 경영지원을 거치면 연구개발 성과 기반 우수 기술력을 가진 창업기업이 만들어진다. 창업 후에도 추가로 기술을 출자받을 수 있고 연구소기업 제도를 이용해 각종 세금 혜택과 후속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유관 기술이나 주변 기술력을 보유한 연구인력을 파견해 주는 프로그램은 덤 이상이다.

출연연에 이제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됐다. 기술창업이란 생태계에서 창업기업과 연구소기업 발굴을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만드는 일이다. 기술창업은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상용화라는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ETRI도 연구원이 창업한 기업 67개, 기술출자나 에트리홀딩스 투자를 받은 연구소기업 74개를 사업화 전주기를 통합해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3개 회사가 코스닥에 이미 상장했고, 연말에 또 한 개 연구소기업이 상장할 예정이다. 출연연에 기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창업으로 일군 성과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유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특허나 논문과 같은 기술 역량과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출연연은 성공적인 기술창업기업 육성에 '신스틸러'와 같은 맛깔나는 조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묵묵히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주연인 창업기업이 돋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자. 이로써 대한민국 창업기업과 출연연이 힘을 모아 '성공한 창업국가'라는 멋진 드라마를 국민에게 흥행시켜보자. 지금처럼 창업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창의적 기술개발을 통해 창업기업을 성공으로 지원하고 창업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든든한 날개가 돼주자.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joo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