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사퇴로 '요동치는 호남 민심' 향방은…이재명·이낙연 셈법 복잡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 직후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 직후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인사하고 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가 13일 중도 사퇴했다. 추석 연휴 직후 있을 '호남대전'을 앞두고 내린 결단으로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이낙연 후보 셈법도 복잡해졌다. 호남을 기반에 둔 정 후보 지지표 흡수를 어느 쪽에서 할지 주목된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면서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 인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어 “고맙다. 사랑한다. 두고두고 갚겠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지난 11~12일 열린 지역순회 경선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권리당원·일반당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선거인단 투표'(1차 슈퍼위크)에서 추미애 후보에 밀려 4위를 기록했다. 누적 4.27%로 3위인 추미애 후보의 11.35%보다 낮았다. 정 후보는 1차 슈퍼위크 개표 결과에 충격을 받고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투표 성적을 내면서 정 후보는 이날 예정됐던 '2차 슈퍼위크 WE대한 후보' 관련 영상 촬영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이후 이날 오후 중도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 경선은 5파전으로 재편됐다.

정 후보가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민주당 경선 구도는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5~26일 광주·전남과 전북 순회경선은 결선 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승부처가 될 예정이다. 호남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약 20만명으로 지역순회 경선 중 가장 큰 규모다.

정 후보 조직과 지지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가장 주목된다. 다만 정 후보는 사퇴 선언을 하면서도 단일화나 타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나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호남 경선 전 거취를 정리한 것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배려냐'는 질문에 “저의 결정은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후보들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후보들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이로써 이재명·이낙연 후보 간 정 후보 지지표 흡수를 두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결선 투표 없이 50%를 넘어 본선으로 바로 가려는 이재명 후보와 결선에 올라가 반전을 노리는 이낙연 후보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전남 지역공약 발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총리께서 오늘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셨지만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나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향도 역할을 하실 어른”이라면서 “앞으로 당의 중심을 잡아 주시고 정권 재창출에 핵심 역할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취재진이 '정 후보의 사퇴가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보느냐'고 묻자 “판단할 수 없다”면서 “그런 것을 계산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와 함께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낙연 캠프는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을 드러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이낙연·정세균 두 사람이 '호남'이라는 중복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낙연 후보가) 대체재로 떠오를 수 있다”면서도 “(정 후보가) 지지 선언이나 단일화 선언을 한 게 아니라서 표를 흡수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세균 후보는 지지율이 낮더라도 정치권에서 상징하는 비중이 큰 분으로 단순한 '사퇴' 이상의 묵직한 의미가 있다”면서 “호남 민심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가 다른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경선 레이스에서) 다른 후보들을 향해 했던 말들을 돌이켜 봤을 때 지지 표심이 어디로 갈지는 예측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