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현대중공업·삼영기계간 5년 기술분쟁 해결…'행정조사' 첫 사례

4월부터 여덟 차례 실무자 미팅 주선
위로금 지급·저래 재개 합의안 마련
권칠승 장관 "대기업-中企 상생 결실"

현대중공업과 납품업체 삼영기계간 벌어진 기술침해 분쟁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침해 행정조사'로 합의 조정됐다. 2018년 12월 중소기술보호법 시행으로 관련 제도가 도입된 뒤 이같은 기술분쟁이 해결된 첫 사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 사이의 분쟁 총 12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조사를 종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술침해 행정조사 제도는 2018년 2월 발표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중 하나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술침해 행정조사 절차에 따른 첫 분쟁 해결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술침해 행정조사 절차에 따른 첫 분쟁 해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삼영기계는 지난 2019년 6월 “현대중공업이 납품업체 이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피스톤 제조기술과 공동 개발한 피스톤 설계도면을 타 중소기업에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중기부에 신고했다.

양사 분쟁은 합의 전까지 형사, 민사, 행정소송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중기부 신고 후 지금까지 상생조정위원회에 4차례 안건으로 상정되기도 했다.

중기부는 기술자료 소유권을 둘러싸고 민·형사 소송전이 길어지면서 행정조사로 결론을 내리기 전인 지난 4월 양사에 관련 법률에 따른 조정을 권고했다. 이후 중기부는 당사자 사이의 협상을 주선하는 한편 외부전문가인 '기술침해자문단'과 함께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보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영기계의 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양사는 4~9월 중기부의 주선으로 8차례 실무자 미팅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삼영기계는 손해배상을 요구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일부 위로금만 지급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합의 도달 여부가 불투명했다.

이에 중기부는 △삼영기계는 위로금 명목의 일시금 지급을 수용하고 △현대중공업은 거래 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협력안을 마련하며 △중기부는 삼영기계가 납품을 위한 신제품을 개발할 경우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양사는 중기부의 이같은 방안을 받아들여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 구체적으로 민사사건 3건, 형사사건 4건, 행정소송 3건, 행정기관 신고사건 2건에 대해 쌍방 모두 취하·취소하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중기부는 이번 합의가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생조정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형사소송 4건, 행정소송 3건, 공정거래위원회 사건 1건 처리에 탄원서를 반영하도록 하는 등 유관기관의 협력을 구할 예정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분쟁을 처벌이 아닌 상생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기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프로세스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현 삼영기계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관계로 회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새로운 상생의 모범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영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양사간 기술분쟁이 법적 소송이 아닌 합의로 해결된 만큼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 상생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