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간신과 충신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간신과 충신 대결 구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간신은 감언이설로 왕의 기분을 어르며 온갖 잇속을 챙기고, 충신은 옳지만 쓴소리로 왕의 심기를 건드려서 고초를 겪는 것은 흔한 클리셰다.

[프리즘]간신과 충신

요즘 세상에 신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어울리진 않지만 지금 정치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이 되면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수많은 사람과 단체가 후보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고, 매번 덕담과 응원을 하느라 바쁘다. 캠프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 입장에선 한쪽에 치우친 의견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지지자들은 후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 주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들려준다. 후보는 지지자들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민심 투어를 해도 주변엔 지지자뿐이다. 계란 투척 등 돌발상황도 있지만 이는 특수한 상황이고, 사고일 뿐이다. 그만큼 반대 세력의 의견을 접할 기회는 적고, 점점 심사숙고보다는 확신의 언행을 하게 된다.

20대 대선 후보들 역시 다르지 않다. 계속되는 말실수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과 등은 주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진다. '대장동'과 '고발사주'와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서로 하고 싶은 말만 되풀이할 뿐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는 개의치 않는다.

대권을 잡고 싶다면 먼저 주변을 둘러봐라. 후보자와 캠프의 입장이 있다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세간의 시선이다. 주변에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미 간신의 늪에 빠진 것이다. 대권으로 이끌 충신은 오히려 반대 세력에 있을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