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3단 엔진 조기 종료는 비행 가속 도중의 부력 증가를 고려하지 못한 설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이상률)은 29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통해 누리호 1차 발사 때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고도 700㎞까지 도달했지만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 5회에 걸쳐 조사위를 개최했다. 조사는 비행 도중에 획득한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리호 비행 과정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을 찾아 원인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위는 조사 초기 단계에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이 저하돼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음을 확인하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누리호 3단 산화제 탱크 내부에 장착된 헬륨탱크 고정장치 설계 시 비행 도중의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 부력이 상승할 때 고정장치가 풀리면서 헬륨탱크가 이탈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탈된 헬륨탱크가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 산화제 탱크 균열을 발생시켜서 산화제 누설로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 양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우연은 확인된 원인 기반으로 기술 보완을 위한 세부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기술 보완은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 탱크 구조 강화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사위 위원장인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설계 시 비행 가속 상황에서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2차 발사를 새해 5월에 계획하는 한편 누리호 성능을 높이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새해부터 추진한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