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디지털로 거듭나는 우리의 문화유산

정일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연구본부장
<정일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연구본부장>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기술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IBM에 따르면 인류가 만든 데이터도 지난 5년간 생산한 데이터가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최근 비약적 기술 진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화두다.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 및 정보의 디지털화, 그리고 활용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의 확장도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최근 또 하나의 합성어인 '디지털 유산'도 자주 접하는 말이다. 유산(heritage)이란 '사회, 문화, 자연 등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인류의 유산'을 뜻한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은 디지털로 된 역사적 가치 있는 인류의 유산이라 볼 수 있다.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은 그동안 컴퓨터의 발달과 같이해온 문화유산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기본으로 한다. 각 문화유산에 대한 특성 설명, 관련 자료, 다른 유산과 관계 등 유산과 관련된 정보의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정보와 데이터를 쉽게 검색하며 다른 분야에 활용·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즉, 문화유산과 관련된 모든 일상적 회의, 검토, 판단 등 업무 영역에서부터 감상, 공유, 구매 등 사회 영역까지 대부분의 문화유산 관련 환경이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각 직장의 예산·회계시스템, 게임플랫폼, 가상 콘퍼런스 등 다른 영역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어느 정도 성숙 돼 가고 있다.

필자가 속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들도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사회 각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성공적 탈바꿈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문화재청 및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문화유산과 관련,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문화재청과는 전통 유산의 효율적 저장을 위한 문화재 건축물 정보모델링(H-BIM), 전통 건축물 설계의 자동 디지털 변환, 초고해상도 기가픽셀 문화유산 데이터 구축을 위한 연구 등을 수행 중이고 국립중앙박물관과는 문화유산의 지능형 큐레이션을 위한 플랫폼 구축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 전환은 실제, 많은 준비와 노력, 그리고 시간과 예산이 소요된다. 디지털 대전환은 간단히 데이터 문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플랫폼, 네트워크, 사용자 경험, 사용자 편의성 등 관련된 여러 분야가 접목돼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제적으로도 문화유산 분야에 많은 관심과 자부심이 있는 유럽 국가들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등에서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이 국제적으로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환경 아래서 지난 1월, 문화재청이 이집트와 문화유산 복원·보수를 위한 업무협력협정(MOU)을 체결한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이집트의 세계적 문화유산을 우리의 디지털 기술로 보존·복원한다는 의미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도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은 지속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과제다. 최근 올림픽 행사나 인터넷상에서 이웃 국가의 한국 전통 문화유산에 대한 도를 넘는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우리가 먼저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모든 국민이 쉽게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여러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문화유산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복잡한 국제관계를 넘어 역사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일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연구본부장 jik@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