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7)대기업의 무덤, 플러스알파

[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7)대기업의 무덤, 플러스알파

일본 전국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모리 가문과 싸우고 있었다. 그때 주군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장수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는 이 사실을 숨긴 채 모리 가문과 재빨리 화해하고 귀환한다. 반란군을 진압하고 후계자를 옹립해서 권력에 성큼 다가선다. 당시 그의 군대는 쏟아지는 비바람 속에서 하룻밤에 70㎞를 달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역사는 달라졌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병사들의 무거운 옷을 벗게 하고 맨몸으로 달리게 했다. 창·칼 등 무기는 따로 모아 배편에 실어 먼저 보냈다. 중무장 보병을 주축으로 하는 중세 유럽이 몽골군에 패한 원인도 다르지 않다. 갑옷 없이 경쾌한 차림에 가벼운 활과 칼을 들고서 속도전을 펼치는 몽골군을 당해 낼 수 없었다. 핵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벼움이 결국 답이다. 현대 기업전쟁도 다르지 않다.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는 개미를 연구했다. 개별 개체로선 나약하지만 집단이 되면 거대한 미로 구조의 집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집단지성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그 후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집단은 가장 우수한 개체보다 더 강력한 지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누구든지 접속해서 데이터를 생성하고 의견을 덧붙일 수 있게 만들어 완성도를 높였다. 그래서 집단지성이 유행을 탔다. 백과사전을 만들 때 여러 명이 의견을 보태면 풍부한 내용을 담은 사전이 된다. 희귀 혈액이 필요하면 SNS를 통해 서로 모르는 사람이 나서서 도울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나간 경로를 휴대폰 앱으로 제공해 행선지 결정에 도움을 줬다. 그렇다고 집단지성이 만능은 아니다. 뭐라도 하나 더 더해질 때 플러스알파의 위험이 있다. 플러스알파는 타인의 아이디어에 뭔가 덧붙이고 싶은 인간의 욕구와 행동을 말한다. 대다수 결재권자와 협력 부서가 특히 그렇다. 플러스알파는 기업을 망치기 쉽다.

부동산, 금융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정책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 진열장을 떠올리게 한다. 없는 것이 없고 빠진 것도 없다. 물론 명품정책도 있다. 결과만 보면 어떻게든 실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후배 공무원이 참고할 자료만 늘어난다. 대기업은 우리나라 최고 인재가 집결된 곳이다. 거기서도 결재라인은 층층시하다. 젊은 사원이 밤을 새워서 고객 감성을 건드리는 야심 찬 기획을 제안했다고 하자. 수차례 회의와 결재라인을 거치다 보면 달라진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 기능도 넣어 봐, 저것도 붙여 봐” 하면서 무거워지고 평범해진다. 모두가 공감하는 아이디어는 경쟁력이 없다. 황당하고 특이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너무 단순해서 고객이 쓸까 싶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카카오톡 성공 비결을 보자. 심플하다. 영상회의시스템 줌(Zoom)을 보자. 군더더기가 없다. 애플의 아이폰을 보자. 설명서가 필요없다. 이래저래 몇 번 써 보면 금방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다.

통신망이 있는 이동통신사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개발한 적이 있다. 많은 임직원이 달려들어 이런 간단한 서비스가 먹힐 수 없다며 이런저런 기능을 붙인 상품을 내놨다. 핵심 기능이 드러나지 않고 누더기가 된 상품을 찾는 고객은 없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라는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 있는데 경쟁 상품을 내놓을 필요도 없었다. 결국 시장은 카카오가 차지했다. 틱톡도 그렇다. 스마트폰 특성에 맞춰 화면을 구성했다. 최대 15초 동영상을 보여 준다. 심플하다. 재미있다. 고객이 찾는다.

고객은 깔끔한 디자인의 심플한 서비스를 원한다. 도화지에서 튀어나올 듯한 멋진 뱀을 그리고선 뭔가 아쉽다며 네 개의 발을 그려 넣을 때 모든 일은 틀어진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