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3>평행 함정

인피니티 미러(Infinity Mirror). 우리말로는 무한거울이다. 서로 평행하게 거울을 마주보게 하면 된다. 이러면 공간이 반복해서 비춰지고, 끝없이 펼쳐진 무한의 공간이나 복도가 나타난다.

어린 시절 다들 한 번쯤은 신기해 했을 만화경도 비슷하다. 거기다 요즘 종종 보이는 아이스크림이 끝없이 줄 서 있는 자판기도 마찬가지다. 언뜻 이게 뭐지 싶지만 양편의 조도만 잘 맞추면 이런 눈속임은 어렵지 않은 셈이다.

어느 학문에든 나름의 논리가 있는 법이다. 수학은 가장 비근한 예시다. 대개 문제에 앞서 원리를 제시한다. 물론 우리는 이걸 공식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원리를 알려주지 않는다. 한참을 헤맨 끝에 찾고 보면 그 단순함과 자신의 아둔함에 허탈해지기도 한다.

혁신을 뭔가 새로운 공간을 찾는 여정이라고 불러보자. 분명 이 공간을 찾는데 어떤 원리가 있을 법하다. 그리고 누군가 그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오미션(omission)과 커미션(commission)이라는, 서로 마주보는 반사창이라고 말한다. 즉 있어야 할 게 없거나 그 반대를 나타내는, 서로 마주보는 거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곳에 혁신의 새 공간이 숨겨져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적다. 당신이 여행길에 묵기로 한 어느 호텔의 침대 위를 밤새 뒤척이며 새우다시피 했다면 분명 뭔가를 지배인은 놓친 셈이다. 반대로 샤워장 한쪽에 새로 말린 수건을 잔뜩 쌓아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곧 새 수건의 뽀송함은 사라질 테니 말이다.

거기다 이 두 현상이 서로 동조한다. 혁신이 가장 더디다는 의료서비스를 떠올려 보자. 어디에고 병원은 있지만 환자들이 겪어야 할 불평과 난제마저 서로 비슷하다. 어디나 비슷하고, 어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다른 몇 곳에서도 겪기 마련이다.

몇 가지 만성병이라도 앓고 있다면 찾아야 할 병원도 그만큼 늘어난다. 종합병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 여러 진료과를 돌기란 예약부터 쉽지 않다. 입원하려면 간병인을 대동해야 하는 병원은 많지만 간병인 없는 병동을 운영하는 곳은 흔하지 않다. 결국 너무 넘쳐나는 곳에는 항상 구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여객기의 좌석은 일등석, 비즈니스, 이코노미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1984년 버진애틀랜틱이 일등석을 없애고서야 이 비즈니스의 만성이 되어 버린 '비어 있는' 일등석은 한층 풍족한 비즈니스 클래스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일등석이 없어지자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의 편안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다림질하고, 사무기기가 완비된 라운지도 개설했다. 지금은 꽤나 표준이 된 이것도 관행에서 거부한 누군가의 별스러움이 찾아낸 새 공간이었던 셈이었다.

오미션과 커미션은 영어에서는 상용구처럼 쓰인다. 전자가 했어야만 하지만 하지 않은 것이라면 후자는 그 반대를 말한다. 언뜻 이 두 가지는 서로 반대되는 잘못된 선택을 말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혁신에서 이 두 가지는 마주보는 통로와 같다. 관행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새 시도는 어렵다. 잘못된 선택을 상식과 관행이란 이유로 반복하고 있다면 이 역시 새 공간과는 멀어진다.

이 마주보는 긴 복도의 어느 쪽에 서건 결론은 비슷하다.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서야 결국 제자리걸음일 수 있다. 뭔가를 하지 않거나 계속 반복하거나는 점에서는 언뜻 달라 보일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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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