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전 세계가 기술 경쟁에 빠져있다. 이 모든 첨단기술 정점에는 과학기술 역량이 담겨 있다. 과학기술은 이제 국가의 현재 경쟁력 뿐 아니라 미래 생존 역량을 가름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과학기술 인재 육성은 국가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다. 전자신문이 호반그룹과 함께 펼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핵심 화두는 바로 “과학기술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이다. 그 첫 걸음으로 우리보다 훨씬 앞서 과학인재를 키우고,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은 독일과 중국 현지를 취재해 그들의 일관된 정책 의지와 국가적 노력을 소개한다. 〈편집자〉

독일은 과거 통일 이후 동·서독 간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 불균형 해소 및 산업 구조 전환을 골자로 한 연구개발(R&D) 혁신 생태계 구축을 추진해 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독일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으면서 R&D를 통해 지역 산업을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인재를 양성·정착시키는 구조로 발전했다.
이를 대표하는 정책이 1999년 독일 정부가 추진한 '혁신과 구조 변화(Innovation & Strukturwandel)'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산업 자동화, 바이오경제, 철도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 지향적 △개방형 혁신 문화 △전략적 협력 등 원칙에 따른 하위 과제를 추진하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혁신 경험이 부족한 다양한 주체들을 연결해 전략적 R&D를 촉진하고자 실용 중심의 지역 혁신 연합을 구성하고, 대학·연구기관과 기업 간 기술 이전 활동 등을 확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 실업률 증가, 주력 산업 쇠퇴 등 구조적 취약점에 대한 혁신 동력을 촉진하게 됨으로써 장기적 성장과 고용 기회 창출 성과로 이어졌다.
독일의 이러한 산·학·연 협력 모델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으며, 현재는 독일의 16개 주정부 산하 300여개 대학과 4대 연구협회로 불리는 국가 연구소가 중심이 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재 양성 생태계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일 연방정부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R&D 투자 정책도 병행해 왔다. 실제 2023년 기준 독일의 공공 및 민간 R&D 투자 총액은 1214억유로(약 207조원)를 기록했으며, 프라운호퍼, 막스플랑크 등 4대 연구협회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는 연 3%의 예산 증가율 보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인재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함과 동시에 기술사업화 중심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과학인재에서 온다]〈1〉독일 과학인재, 기업과 함께 자란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24/news-g.v1.20260224.a8259b9cd4a34576a1cc4c02b3b1844c_P1.jpg)
이에 더해 독일은 2000년대 들어 국가 인재 양성 핵심 축으로 '엑셀런스 전략(Excellence Strategy)' 프로그램 시행에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 전역에 분포한 대학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지원 프로그램으로, 탁월한 연구 중심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원 대상을 대학과 클러스터, 대학원으로 세분화해 전체적 연구 역량이나 특정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곳을 선별하고 포괄적 지원을 하는 구조다. 또 차세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펀딩을 통해 생애 전주기에 걸쳐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등 4학년 이후 일반계와 직업계, 이공계로 진로를 구분해 이른 시점에 경력 설계를 유도하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 같은 분류는 이공계 인재에 대한 파격적 우대가 가능하기에 실현 가능한 구조라는 분석이다.
독일은 체계적인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을 뜻하는 STEM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펠로우십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이공계 인재들의 연구 참여와 산업 혁신을 장려하는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독일의 연구기관과 대학은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산업체나 기업 연구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 프라운호퍼 등 연구협회에서도 산업체와 협력해 연구자가 산업 연구와 연계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즉 독일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구축된 안정적인 고용·연봉·연구비·경력 시스템 안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끌어들이는 '연구자 생애 전주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카트야 페텔쇼스(Katja Fettelschoß) 독일연구재단(DFG) 경력개발 부그룹장은 “독일은 과학기술 인재를 계약직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인력이 아닌 국가 전략 인프라로 보고 있다”며 “과학기술 인재를 '장학 수혜자'가 아닌 정규 고용된 연구 노동자로 대우하려는 관점이 한국과의 주된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독일=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