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정판 명품 브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우며 '오픈런'에 합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백화점 주변의 밤새 만들어진 긴 줄은 샤넬백을 되팔아 재테크한다는 뜻의 '샤테크', 운동화로 돈을 버는 '슈테크', 롤렉스시계로 수익을 내는 '롤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폭풍 성장하고 있는 리세일(resale)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명품 소비를 통해 상류층이 되고자 하는 '파노플리 효과'(effet de panoplie)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신분 상승 욕망이 소비로 나타나는 현상인 파노플리 효과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1980년대에 밝힌 개념이다. 실제 형편은 별로 좋지 않지만 명품백을 들고 고급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 특정 집단, 즉 상류층에 속한다는 환상을 느끼는 것이다. 단지 명품 구매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자격이나 자질이 부족하더라도 명문 클럽, 선진국 등 자신을 과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심리현상이다. 즉 더 나은 사회적 평가를 얻고자 하는 열등감의 일종이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 패권 자리를 놓고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두그룹에 선 미국과 중국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토종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다. 디지털 경제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는 작년부터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플랫폼 기업들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규제하기에 혈안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은 검색 알고리즘 조작,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 플랫폼 입점 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 이른바 플랫폼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의 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공정거래위원회 주관), 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방송통신위원회 주관)이 동시에 입법 추진 중이다.
방통위안과 공정위안이 함께 통과될 경우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는 '규제 중복', 그 외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는 '규제 확장'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규제는 혁신을 원동력으로 성장하는 플랫폼 산업의 기반을 저해하고 국민 편익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세한 플랫폼 이용사업자 보호라는 입법 목적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관리 비용 증가를 통한 경영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 또 플랫폼 이용 사업자는 플랫폼 이용료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인상 압박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테크기업은 이번 규제가 근거도 약하고 너무나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포지티브규제로 혁신의 싹을 틔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또 다른 규제 가중으로 국내 플랫폼 경제 와해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불공정 거래를 호소하는 플랫폼 입점 업체들은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재 입법 예정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은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 발의된 법안을 참고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동일한 법률을 국내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나 연구는 부족한 상태이다.
심지어 EU와 일본의 법안 모두 글로벌 초거대 플랫폼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여러 부처가 플랫폼을 자기 규제 영역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밥그릇 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법안이 면밀한 검토 없이 신속하게 추진되는 것에 반해 이 법안이 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은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 목적에 충실하다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전문가의 우려에 귀 기울이고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규제는 명품이 아니다. 유럽 명품을 좋아한다고 규제까지 유럽 규제를 쓸 필요는 없다. 규제는 수입산이 아니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국산 규제를 써야 한다.
혹시라도 국회나 규제 당국이 규제를 통해 유럽과 동등하다는 파노플리 효과를 기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일은 더 이상 새로운 정부에서는 없으면 한다. 우리의 미래는 글로벌에서 찾아야만 한다.
![[플랫폼유통칼럼]파노플리 효과](https://img.etnews.com/photonews/2203/1510507_20220316150250_594_0001.jpg)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