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력시장 민영화

류태웅 산업에너지환경부 기자.
<류태웅 산업에너지환경부 기자.>

'전력시장 민영화'가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발단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다. 지난달 28일 인수위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력시장 민간 참여 확대'를 천명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해 온 전력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골자다. 인수위는 또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원칙'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한전 민영화 포석이라는 지적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했다.

인수위는 해석이 난무하자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발전사업자가 수요자에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즉각 에너지업계에선 인수위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시장주의를 내세웠지 않으냐”면서 “인수위 발표는 전력시장 민영화 추진으로 다분히 해석될 여지가 컸다”고 말했다.

전력시장 민영화는 사회적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력산업 특성상 인프라 구축 등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대기업 위주 시장 전개는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비까지 더해 전기요금을 올릴 공산이 크다. 전력 판매만 하는 한전은 에너지원을 직접 들여와서 발전하고 판매하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처질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값싼 전기요금을 통해 고속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전기 품질은 세계에서 손꼽히면서도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에서 가장 낮다. 전기는 필수재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제에 미치는 연쇄 파급 효과가 크다.

인수위 측은 전력 판매 구조를 개방하는 이유로 한전 적자를 제시했다. 잘못된 전력 가격 정책의 관행 탓에 한전 적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사로서 한전이 제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국민이 짊어져야 할 전기요금 부담은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도 서민경제의 부담 경감을 위해 한전을 활용했다.

전력 가격 정책이 문제라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를 독립시키는 방안부터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는 그동안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전기요금 안건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이 임명한 산업부 장관의 몫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전력 관련 공약에서 '공정과 상식에 근거한 공급'을 제시했다. 새 정부가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 나가길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프레임에 정권 내내 발목 잡힌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