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더 세고, 더 멀리' 스핀하는 적외선 발견...초소형 광학소자로 활용 가능

국내 연구진이 '더 세고, 더 멀리' 스핀하는 적외선을 찾아냈다. 근적외선 영역에서 최고 효율의 광스핀홀(빛이 굴절할 때 입사 평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빛이 이동하는 현상) 효과를 구현한 것이다. 정밀 측정의 기반 기술로 평가받는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민경 박사·통합과정 양영환 씨 연구팀이 이다솔 연세대 미래캠퍼스 의공학부 교수와 함께 근적외선 영역대에서 효율이 높은 광스핀홀 효과를 처음으로 구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노준석 포스텍 교수
노준석 포스텍 교수

빛이 경계면에서 투과하거나 반사하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광스핀홀 효과를 증가시키고자 할수록 투과하거나 반사하는 빛의 세기가 약해지며 효율이 낮아졌다.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지만 3차원의 복잡한 형상이 필요한 데다가 이를 제작할 수 있는 공정이 없었다. 작동 영역도 파장이 비교적 긴 마이크로웨이브 영역으로 한정돼 있었다.

연구팀은 빛의 경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메타표면으로 파장이 800나노미터(㎚)인 근적외선 영역에서 광스핀홀 효과를 구현했다. 수소화된 비정질 저손실 실리콘 재료로 만들어진 이 메타표면은 단층 구조로 크기가 작지만, 빛의 큰 변화를 유도한다.

이동량이 크고 효율이 높은 광스핀홀 효과와 이를 위한 메타표면 모식도
이동량이 크고 효율이 높은 광스핀홀 효과와 이를 위한 메타표면 모식도

그 결과 빛의 이동량이 파장의 10배를 넘으면서도 효율이 70% 이상에 달하는 광스핀홀 효과를 확인했다. 앞서 노준석 교수가 2013년 최상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던 광스핀홀 효과의 효율이 1%였던 것에 비해 70배가 높아진 결과다.

고효율 광스핀홀 효과에 관한 기존 연구보다 작동 파장대를 1만분의 1 크기로 줄임으로써 초소형 광학 소자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층 구조의 메타표면으로 초소형 고효율 광소자에의 응용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교육부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과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