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종사 비행 중 기절…자격증 없는 승객이 비상 착륙 '소동'

“조종사가 정신을 잃어가요. 나는 이 비행기를 조종할 줄 모릅니다. 위급상황이에요”

정신을 잃은 조종사 대신 비행 경험이 없는 승객이 관제사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를 공항에 무사히 착륙시켜 화제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정오쯤 플로리다 동부 해안 포트 피어스의 항공 관제탑에는 무전이 날아들었다. 조종사가 정신을 잃어간다는 다급한 내용이다.

안에는 조종사와 승객 두명만이 탑승한 작은 경비행기였다. 비상 호출을 한 승객은 다급한 목소리로 “심각한 상황이다. 조종사가 말을 못하더니 의식을 잃었다. 승객들은 비행기 운전 방법을 전혀 모른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긴급 상황에 관제사는 위치를 물었으나 승객은 모르겠다면서, 다만 플로리다 해안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제사는 승객에게 "비행기 날개의 수평을 유지하고 해안을 따라서 북쪽이든 남쪽이든 계속 비행해라. 우리가 곧 당신의 위치를 알아내겠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위치 탐지에 나섰고, 해당 비행기가 세스나 208 경비행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때마침 관제탑에는 20년차 베테랑 관제사 로버트 모건이 있었다. 그는 해당 모델을 운전해본 경험이 없었으나 관제사 경력 외에도 1200시간의 비행 교관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승객을 돕기에는 적임자였다.

관제사는 세스나 208의 계기판 사진을 가져와, 이를 토대로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지시를 따른 승객은 무사히 팜비치국제공항에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었다.

모건 관제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착륙은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며 “아드레날린이 너무 많이 분비돼서 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사히 착륙을 마친 승객은 집으로 돌아가서 임신한 아내를 꼭 껴안고 싶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내 눈에는 그(승객)가 영웅이다. 나는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팜비치 소방구조대는 비행기가 착륙한 뒤 조종사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어떤 이유로 조종 중에 의식을 잃는 비상 상황에 부닥쳤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연방항공청이 이번 일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