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기술동맹이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나노미터 첨단 공정에서 첫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한·미 기술동맹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방한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은 것도 미국의 반도체 설계 능력, 소재·장비 역량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능력을 아우르는 협력 생태계를 강조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동맹을 통한 첨단 기술과 경제 안보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양국 전략도 일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 첫 방한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 반도체를 필두로 한 양국 기술 동맹을 강조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 공장은 양국의 혁신에 대한 긴밀한 결속을 반영한다”면서 “우리의 스킬과 기술 노하우를 하나로 모아서 양국에서 긴요하게 생각하는 국제 경제 필수 분야에서 이 중요한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경제안보 분야 핵심 품목으로 부상한 반도체 생산에 양국이 단순 협력 체계를 뛰어넘는 동맹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철저한 분업 체계였다. 미국은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 능력과 장비 기술력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를 포함, 반도체 생산 능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위기로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만 자체 역량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국 또한 인텔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나서고 삼성전자와 TSMC 투자를 유치했지만 대외 협력을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 삼성전자를 앞세운 한·미 반도체 협력을 한 차원 끌어 올리기 위해 평택 공장을 방한 첫 일정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협력이 필요하다. 바로 최선단 공정 전환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앞두고 있다. TSMC와 파운드리 격차를 줄이려면 선제적 3나노 공정으로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양국 정상에 3나노 GAA 웨이퍼 시제품을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나노 공정이 한·미 반도체 동맹의 결실로 맺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3나노 공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체 생산 능력 외 선제적으로 고객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은 반도체 설계 기업인 팹리스다. 현재 3나노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팹리스는 한국과 미국 기업 정도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가 이끄는 퀄컴도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의 유력한 고객사로 손꼽힌다. 이번 방한으로 삼성전자와 퀄컴의 협력 기대감이 커졌다.
3나노 공정을 위한 반도체 장비 역시 미국과 협력이 꼭 필요하다. 현재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로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이 삼성전자와 협력, 3나노 공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대표와 팀 아처 램리서치 CEO 등 미 반도체 장비 업체 수장이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것도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반도체 장비 수급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TSMC보다 앞선 3나노 공정용 장비 확보가 필요하다.
양국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소부장 생태계 상호 투자도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출범한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를 언급하며 “미국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의 한국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는 양국 반도체 기술 개발, 인력, 투자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협력 채널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경기 용인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개소한 램리서치 투자 사례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진출 우리 소부장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인세티브를 받을지도 향후 관심사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금은) 서로에게 투자하고 우리의 사업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양 국민을 더욱더 화합시켜야 하는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