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네 번 더 쏜다… 발사체 개발 '큰그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된 2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에서 연구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된 2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종합관제실에서 연구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형발사체(KSLV-II)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자체 발사체 기술 보유국 진입에 한 걸음 다가섰음을 알리는 효시다. 지난해 1차 발사 당시에는 다소 미묘한 결과가 나왔지만 가능성을 보기에 충분했고 이번 2차 발사에서는 명백한 성공을 거둬 향후 관련 산업 발전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뉴스페이스'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스페이스는 국가가 주도해 우주개발을 끌고 가던 '올드 스페이스'와 배치되는 개념이다. 크고 작은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하는 추세다. 이전보다 많은 경제 주체가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그만큼 규모 확대와 생태계 활성화가 이뤄진다. 미국 등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적 조류가 됐다. 스페이스X가 대표 사례다.

누리호 사업으로 이미 민간 기술 기반은 어느 정도 조성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업을 관장했지만 주력기업 30여개를 포함한 300여개 국내 기업, 소속 500여명 인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 발사체 시스템과 핵심부품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내 발사체 산업과 생태계가 움트는 기틀이 마련돼 '넥스트 레벨' 돌입이 시급해졌다.

◇뉴스페이스 관건

뉴스페이스를 구현하려면 민간의 참여를 유도·독려해야 한다. 그러려면 발사체를 상업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발사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누리호는 아직 해외 선진국 발사체 대비 성능 우위를 가지지 못한다. 이럴수록 신뢰성과 비용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용 측면에서는 현재 누리호보다 발전된 발사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전보다 많은 무게(페이로드)를 싣고 우주로 향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여러 대 위성을 한 번에 싣고 목적 궤도에 올려놓는 위성 다중 발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 발사 비용은 해외 선진국 발사체와 비교에 꽤 비싼 편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앞으로 성능을 개량하면서 비용을 낮추는 기술을 더해야만 상업 활용을 이루고 민간 기업 참여를 끌어들여 뉴스페이스를 이룰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신뢰성 확보다. 21일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지만 이런 성공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심지어 지난 1차 발사는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이 나왔다. 그래서 한 발사체를 여러 번 발사해 이를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이나 두 번 발사로는 대외적인 믿음을 얻을 수 없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여러 차례 발사를 성공시켜 신뢰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반복 발사만이 누리호를 상업용으로 외국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도 네 번 더 쏜다… 발사체 개발 '큰그림'

◇민간 주도로 누리호 네 번 더 우주로

신뢰성 확보를 위한 행보는 곧 본격화된다. 민간이 주도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이 진행된다.

누리호 4기를 2027년까지 반복 발사하는 것이 사업 골자다. 내년 상반기 차세대 소형위성 2호, 2024년 초소형 위성 1호, 2026년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위성 7∼11호 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데 항우연 대신 민간 기업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 우주 발사체 분야 '체계종합기업'을 선정 및 육성해 항우연이 누리호 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발사로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누리호 기술을 민간에 확산해 로켓 설계부터 제작, 개발, 발사 등 전주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사업비 6873억원에 대한 예타 조사도 마쳤다. 체계종합기업 선정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일부 기업은 이미 누리호 사업 참여로 해외 발사체 사업에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항우연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실용 급 위성을 민간 주도로 발사하는 것까지 고도화 사업을 통해 진행된다”고 말했다.

반복 발사는 누리호가 가진 미비점, 개선점도 찾는 계기도 된다. 발사 시, 우주 극한환경에서 발생하는 화학 현상과 위상변화는 사전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반복 발사로 이를 파악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필수다. 추가로 누리호 성능 개선, 상용 활용, 누리호 상용 활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윤영빈 교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통한 4회 반복 발사는 향후 뉴스페이스 돌입과 새로운 발사체 개발 등 향후 발전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슨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무엇을 개선할지 윤곽을 가늠할 수 있는 데다 향후 우리가 상업용 발사체를 운용할 때 발사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고심하는 계기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페이스 조류 가속화, 피할 수 없는 선택

뉴스페이스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있을 기술 발전이 민간 우주개발 참여를 더욱 충동질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된다.

일례로 6세대(G) 이동통신은 더 빠르고 많은 정보를 주고 받고 오지에서도 통신할 수 있도록 위성 통신을 주된 근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자율주행기술 역시 위성을 활용해 더 나은 통신환경 구축을 위해 위성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우주개발 수요가 발생하게 돼 민간 참여 역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윤영빈 교수는 “사실 과거에는 '우주에서 민간이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 갈 수 있겠느냐'는 답을 찾지 못해 뉴스페이스가 제한적이었다”며 “그런데 앞으로는 우주개발 수요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민간이 우주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에서 뉴스페이스가 중요해지고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