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칼럼]전기차 키워드 '파워반도체'

[소부장칼럼]전기차 키워드 '파워반도체'

우리나라가 세계 탄소 중립 정책 추진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했다. 에너지 공급원을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탄소 배출 원인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내연기관 교통 체계에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게 핵심 과제다.

화석 연료를 활용한 전기 생산보다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 생산이 경쟁력을 갖는 그리드 패러티 시대가 도래했다.

전기차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부응해 자동차의 전동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670만대 수준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의 8% 규모로 성장했다. 전기차 시장은 매년 35% 수준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 2025년에는 3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유류비 인상은 전기차 비중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 짧은 주행거리를 가장 불편한 요소로 생각한다. 글로벌 완성차들은 배터리를 하부에 탑재하고 전륜과 후륜에 전기 모터를 배치한 고성능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 기아차는 전기차 플랫폼을 통해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를 출시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전기 에너지를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서 이용하는 최신 전자 기기다. 또 전기 에너지 변환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 파워 반도체다.

파워 반도체의 성능에 차량 경량화, 전기 에너지 변환 손실을 대폭 감소시켜서 전기차의 효율 개선이 가능하다. 전기 에너지가 동일하면 높은 전압을 활용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전류가 흐르게 된다. 전선을 포함해 하네스 등 핵심 부품이 경량화하면서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하는 추세다. 파워 반도체 또한 더 높은 전압을 제어하도록 요구된다. 급속 충전도 용이해서 고전압 파워 반도체 활용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문은 기술의 성숙도,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실리콘 소자가 많이 사용된다. 다만 스위칭 속도, 효율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 한계를 보완하고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난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반도체(WBG) 소자에 관심이 집중된다. WBG는 200도 이상 고온에서 고전력 밀도가 필요한 파워 반도체에 활용된다. 시장도 WBG 반도체 기반의 차세대 파워 반도체로 전환되고 있다. 파워 반도체의 성능 개선이 전기차의 성능 개선을 의미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파워 반도체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럽 인피니온, ST마이크론, 미국 온세미, 일본 롬 등은 차세대 SiC 파워 반도체에 투자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5년 파워 반도체 시장에서 10% 이상 점유율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1, 2위 메모리 업체지만 파워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파워 반도체 기업은 없다.

SK실트론은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 파워 반도체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LX세미콘은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준비하고 있다. 트리노테크놀로지 등 국내 중소 파워 반도체 전문 기업 역시 사업 전환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글로벌 공급망 붕괴 여파로 반도체 부족 사태를 촉발했고, 자동차 산업계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 키워드인 파워 반도체의 자립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기차 시장에서 지속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차세대 파워 반도체 소자는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다. 국내 중소 업체들이 자금을 투자해서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 안보에 핵심 산업으로 인식된다. 전기차 핵심 요소인 파워 반도체에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자립화를 이뤄야 한다. 중소 설계 업체 위주의 파워 반도체는 기술개발을 담당할 전문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반도체 특성화 대학 신설, 소부장 산업 인력 양성 등 반도체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여전히 대기업 취업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중소 파워 반도체 업계에 낙수효과가 전파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 편중된 반도체 인력 양성에서 전환해 지방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생태계 내 전문 인력 수급에 더욱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파워 반도체 개발을 위해서는 기초 설계뿐만 아니라 공정 설계도 매우 중요하다. 파워 반도체 제조 단계에서 공정 프로세스·조건이 소자 특성을 결정한다. 일반 파운드리에서 제공하는 범용 프로세스를 이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국내 파워 반도체 업체들은 공정 설계 기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정부 지원 정책이 파워 반도체 업계의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파워 반도체 생태계에 적합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현재 SiC 파워 반도체는 6인치 웨이퍼 적용이 일반적이다. 2025년 이후 8인치 웨이퍼 적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설비를 갖추려면 6인치 기반 공정 장비의 투자가 요구된다. 이 같은 설비는 대다수가 중고 장비로 거래된다. 차세대 파워 반도체 생산 설비의 상당 부분도 중고 설비다. 그러나 신규 장비 설비 투자에 한해 지원하는 정부 정책 아래 정책 지원금을 일부만 혜택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기차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요구한다. 국내 파워 반도체 기업과 수요 기업 간 긴밀한 협력 관계는 필수다. 파워 반도체 개발 업체와 대기업인 수요 기업 사이 정부 주도로 실증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다양한 상생 협력 사업의 확대를 통해 국내 파워 반도체 분야의 안정적 생태계 조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동진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협회장 djkim@ia-in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