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1300원 뚫은 환율…코스피·코스닥 연일 연저점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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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인 1300원을 돌파하면서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연일 연저점을 경신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개장 10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 14일(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 상승 배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물가 상승세 지속,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긴축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2일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연준이 7월에도 0.7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시사함에 따라 조만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환율이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공식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원화 표시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장안정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에 따른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1300원대 환율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1300원이던 2009년에 80대 중반이던 달러 인덱스는 지금 100대 중반”이라면서 “달러의 가치가 약 25% 상승했다는 관점에서 1300원은 비이성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을 볼 때 1300원대 환율이 일시적이다가 내려갈 것 같지 않다”고 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 환율은 오버슈팅 영역”이라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상대국 대비 지나치게 평가절하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날에 이어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320.51까지 밀리며 전날 기록한 연저점(2342.81) 밑으로 내려갔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729.38까지 떨어지며 전날 기록한 연저점(746.94)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동반 하락은 물가,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기업 실적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5조6000억원 정도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증권사는 기업 이익 하향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 코스피 하반기 전망치 하단을 최저 2000까지 낮췄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업 이익 감소 폭이 10~20% 정도면 코스피는 2050~2300대에서 하락을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