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새로운 경제 권력 '플랫폼 기업'

[ET시론]새로운 경제 권력 '플랫폼 기업'

'새벽배송'으로 물건을 급하게 주문한 적이 있는가. 갑자기 당기는 음식을 먹기 위해 배달 앱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집 앞에 음식·물건은 물론 챗봇으로 금융·법률·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채용에도 'AI 면접'이 도입된 지 오래됐다. 배달 앱, 온라인 쇼핑, 모빌리티 시장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의 비대면 전환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웹툰, 음원 사이트와 같은 문화 콘텐츠는 거대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입점하느냐가 곧 콘텐츠 생산자의 성공 여부로 직결된다.

성장한 시장 규모만큼 이해당사자도 늘었다. 정보기술(IT)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제 권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정책이 쏟아지는 이유다. '온라인 플랫폼 정책'의 흐름은 크게 반독점과 데이터 주권 보호로 나뉜다.

글에서는 필자가 발의한 '알고리즘투명화법(정보통신망법일부개정안)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정책 입안의 필요성을 환기하려 한다. 메타, 애플, 구글(알파벳), 아마존 등은 높은 시장 점유율 그 자체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해외 빅테크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상품(콘텐츠)이라는 소비자 후생을 명분으로 경쟁 업체와의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꽤 괜찮은' 스타트업이 나타나면 거액을 주고 인수한다. 잠재적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파격 임명한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이 '반독점'을 기조로 플랫폼 시장 전체를 규율할 경쟁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이에 미국 의회도 발맞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플랫폼 독점 종식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미국 선택 및 혁신 온라인법' 등이 주요 법안이지만 '인공지능(알고리즘)'에 관한 논의는 미약한 수준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 EU 이사회 규칙'(P2B규칙)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절차적 투명성'을 함께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 가고 있다. '디지털시장법' '디지털서비스법'과 2016년에 제정된 '일반개인정보보호법', 지난해 4월 발표된 'EU인공지능법' 등이 대표적인 법률 사례다.

이들 법안에는 EU집행위원회의 기조에 따라 절차적 투명성을 함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원칙과 기업이 불법 콘텐츠를 감독해야 할 의무가 담겼다. 특히 'EU인공지능법'에는 인공지능을 △허용할 수 없는 위험 △고위험 △제한된 위험 △낮은 위험 등 위험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이를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에게 단계별 의무를 부과했다.

[ET시론]새로운 경제 권력 '플랫폼 기업'

지난해 6월 발의한 '알고리즘투명화법'은 알고리즘과 그 이해당사자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법안이다. 예를 들어 배달 앱으로 떡볶이를 주문하면 배달 앱(알고리즘서비스), 배달 앱 운영사(알고리즘서비스제공자), 떡볶이집 사장님(알고리즘서비스이용사업자), 배달 노동자(알고리즘서비스종사자), 소비자(알고리즘이용자)는 이해당사자가 된다. 배달뿐만 아니라 게임, 웹툰, 음원, 교육, 채용, 의료, 법률상담 등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또는 조직(공공기관 포함)은 모두 '알고리즘투명화법'을 적용받게 된다.

무엇보다 알고리즘의 법적 지위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해외 주요 기업이 운영하는 알고리즘은 '서비스가 종료될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죽음'과 흡사한 감정까지 학습했다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해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에 따라 국회 내 논의 공산은 더욱 낮아졌다.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가장 주요한 쟁점이다. '설명 요구권'은 알고리즘 서비스를 이용해 수익을 얻거나 재화 등이 제공되는 이해당사자가 기업 등에 알고리즘의 운영 방식, 판단 기준과 그 근거 등에 대해 질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떡볶이집 사장님의 가게가 소비자에게 무슨 근거로 노출되는지, 노출 범위는 왜 비가 오면 줄어드는지, 배달 노동자에게 주어진 배달 시간은 어떤 근거로 책정되는지, 교통체증·날씨 등은 충분히 반영돼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지 등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기업에 직접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알고리즘 탓'이라는 면책 논리로 기업 등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알고리즘 서비스를 설계한 기획 실무자, 알고리즘을 개발한 개발 실무자, 기초 데이터를 수집한 데이터 실무자 등이 만들어 낸 알고리즘은 과연 죄가 없을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값의 최우선 기준이 '수익'이라면 그에 맞는 데이터와 연산을 넣어야 한다. '공정 경쟁'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데이터를 배제하거나 포함하면 알고리즘은 그에 맞는 결과를 내놓는다. 그렇다. 어떤 데이터를 취합해서 연산에 대입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업 아이템 기획, 알고리즘 개발, 데이터 취합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알고리즘'이 벌인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 기술 발전이 이끄는 새로운 세상에도 '법'이 마땅히 존재하게 될 이유와 같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따라 3050 클럽에도 가입한 대한민국이다.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제는 속도보다 구성원의 삶에 더 집중할 때다. '알고리즘투명화법'이 서둘러 논의되어야 할 이유다.

'알고리즘 투명화법'에선 디지털 시대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새로운 시민권으로 '설명요구권'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기업과 기타 조직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다양한 의사결정에 일반 시민이 생성한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설명요구권'은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 주권'에 관한 논의를 포함해 반지성 시대의 정치적 확증 편향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의 무책임성과 무형 자산으로서의 개인정보, 어느 때보다 심화한 불평등 경제체제에서 '경쟁 당국'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의무 등 수준 높은 논의를 요구하는 다양한 담론 장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에도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인공지능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정필모 의원 대표발의),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에 관한 법률안'(윤영찬 의원 대표발의) 등 연관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조속한 논의를 촉구한다.

류호정 의원 help@ryuhojeong.com

류호정 의원은…

IT·게임 산업 노동자 출신으로 정의당 의원이다. 제21대 국회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현재는 정의당 원내대변인과 기후정의일자리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