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스마트홈이 그리는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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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주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다. 아직 국민 절반은 걸리지 않았으니 이른 감염이라고 해야 하나. 공교롭게도 여름휴가 기간과 겹친 탓에 재택근무도 내려놓고 말 그대로 방안에서 뒹굴며 지냈다.

아내가 넣어 주는 세 끼 식사를 기다리는 사이 국내외 인기드라마 시리즈를 완주하고, 과도한 시청에 눈이 아프면 낮잠을 청하고, 아무리 일주일이지만 이렇게 빈둥거리며 살면 안 되겠다 싶을 땐 '홈트' 동영상을 보며 땀도 빼고, 창밖을 내다보며 나보다 앞서 코로나에 걸린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서 잘해 줄 걸 하는 후회와 반성도 하고.

강제 칩거는 처음이어서 막막했는데 일주일 격리의 부담을 덜어 준 일등공신은 각종 전자·정보통신기기였다. 더위를 식혀 줄 에어컨·서큘레이터에 스마트폰은 기본이고 모니터 겸용 TV, 노트북, 태블릿에 인공지능(AI) 스피커까지 나름 스마트기기를 끌어모았다. 심심할 때, 더울 때 도와준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일주일을 어찌 보냈을지 싶다.

아쉬운 점은 격리 생활에 지쳐서 이 친구들을 호령하는 것조차 벅찬 일이 되더라는 것. 넓지도 않은 방인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정리가 되지 않으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리모컨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번 쓰고 제자리에 놓으면 되지만 그때뿐이었다. L사의 TV를 보려면 리모컨을 찾고, S사의 에어컨과 또 다른 S사의 서큘레이터를 돌리려면 또 다른 리모컨을 찾아야 하고. K사의 AI 스피커는 말귀를 알아들어 편한데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릴 줄 모르고.

통합제어로 대변되는 스마트홈이 간절해졌다. 리모컨이나 스마트폰 하나로 또는 음성명령만으로 집 안의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는 스마트홈 세상이 부러워졌다. 물론 우리 집이 그렇지 않을 뿐 스마트홈은 이미 상당 부분 실현됐다. 다만 아직 제조사를 넘나드는 스마트홈은 요원하다. 단일 메이커로 통일하지 않으면 한 지붕 두 가족, 세 가족 이상도 감수해야 한다.

제조사의 서비스 연동은 오래 묵은 과제다. 과거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협력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매터'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등 홈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플랫폼 호환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올가을쯤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열린 스마트홈을 완성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제조사 간 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직접 경쟁 관계에 있다 보니 뒤따를 이익과 손실 사이 셈법이 복잡하다. 산업계가 어렵사리 손을 잡더라도 고객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1회성 이벤트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열린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킬러 서비스 발굴이 필요한 이유다.

통합 제어와 호환성만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긴 어렵다. 실생활 속 스마트홈 활용사례 광고캠페인을 내보내는 S사처럼 소비자의 관심과 실수요를 끌어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최첨단 제품과 서비스가 나와도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저 전시품일 뿐이다. 나의 스마트홈은 볼품없지만 이제 곧 다가올 우리 모두의 스마트홈은 멋진 신세계를 보여 줄 것이다.

[데스크라인]스마트홈이 그리는 멋진 신세계

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