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65〉삼성, 글로벌 방송사업자?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주 삼성전자 TV와 관련해 두 편의 새로운 뉴스를 접했다. 광고기반무료스트리밍(FAST) 플랫폼을 시청하는 세대가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하는 등 FAST 플랫폼 이용 확대가 심상치 않다. 그래서 FAST가 새로운 개념의 케이블TV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프라임에서 총 9000억원을 투자해서 편당 65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여 '반지의 제왕' 시리즈 8편을 제작한다고 한다. 투자 금액 규모만 놀라운 게 아니라 이 시리즈를 삼성전자가 아마존과 협력해서 8K로 제공한다는 사실이 더 큰 화제다.

TV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전광판에서도 8K로 볼 수 있게 된다. 자사 상품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높일 뿐만 아니라 선전하는 광고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FAST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하며 삼성TV플러스를 새로운 로고와 함께 재정비했다. 삼성 스마트TV는 물론 갤럭시 디바이스를 포함해 일부 스마트 냉장고까지 24개국 4억6500만대가 넘는 삼성 기기에서 서비스한다.

FAST 서비스 이용은 지난 3~4년 동안 엄청나게 증가했다. 삼성은 이 같은 비약적인 성장을 예측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FAST 서비스 이용자, 콘텐츠제공사업자(CP), 광고주의 반응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삼성은 자사 기기를 통해 미국에서만 220개, 세계적으로는 1600개 가까운 리니어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1년 동안 괄목 성장을 보인 서비스는 세계 시청자가 10억분 이상을 소비하며 채널 시청이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이전 기고문에서도 얘기했듯 FAST 서비스는 지금의 케이블TV와 별 차이가 없다. 가이드채널을 통해 채널 선택과 전환이 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검색도 할 수 있고 개인화 서비스도 가능하다.

삼성TV플러스는 뉴스 시청 옵션도 제공하고 있다. 4개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 뉴스뿐만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지역뉴스를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자사가 운영하거나 소유하는 채널도 확충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어 채널뿐만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콘텐츠 확보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제작사와 협력해서 라이브러리를 올해보다 두 배 넘게 확충할 계획도 있다.

FAST 채널과 VoD 서비스 확대를 넘어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화와 추천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TV가 방송을 시청하는 하나의 디바이스를 넘어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개인화를 통해 TV의 플랫폼화를 통한 홈 게이트웨이로 만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전 기고문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이 전략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도 유사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 TV는 CPND(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 가치사슬 마지막 단에 있는 디바이스가 아니라 전체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기존 사업자보다 더 강력한 방송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자사 제품의 경쟁력과 고객 확보·유지를 위해 콘텐츠를 제공하더라도 어느 새 방송사업자로 자리매김이 됐고,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전송 수단을 통해 글로벌 방송사업자가 돼 가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케이블TV 사업자와 같은 형태이고, 방송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거대한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엄청난 변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해외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구입해서 사용하는 스마트TV를 통해 국내에서는 왜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 이용이 더디고 활발하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