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 R&D 현장을 가다]<5>우주발사체 기술 강국 도전 주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6월 국내 순수 독자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은 전세계 7번째 발사체 기술 보유 국가로 올라섰다. 곧바로 지난 8월 발사한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 또한 지구로부터 약 145만㎞ 떨어진 곳에서 궤적수정 기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며 달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우주 역사가 올해 새롭게 쓰이고 있다. 우주기술 변방국에서 이제는 심우주 탐사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에 당당히 협력 국가로 이름을 올릴 만큼 우주기술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 뒤에는 '무모한 도전'이 주효했다. 우주는 실패를 용인하는 국가만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말처럼 지구와 전혀 다른 극한 환경인 우주에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일은 '해봐야만 알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 투입과 기한을 알 수 없는 연구개발(R&D) 기간 탓에 비난과 공격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에서도 도전을 통해 대한민국을 우주개발국 반열에 올린 주역이 바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다.

항우연 위성시험동 내 궤도환경시험실에서 연구진들이 위성의 열진공시험을 준비중인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위성시험동 내 궤도환경시험실에서 연구진들이 위성의 열진공시험을 준비중인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15일 찾은 항우연 위성 종합시험동에선 방진복을 입은 기술진 및 연구진이 위성 조립과 시험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항우연 위성 시험동은 '하늘과 우주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항우연의 비전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다. 발사체를 비롯해 인공위성 등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의 총조립과 정렬 및 구조, 열 및 진공 특성, 전자파 특성 등에 대한 분석과 시험을 시행하기 위한 곳이다. 1996년 국내 최초로 건립된 첨단시험시설로 2004년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위성 시험동은 발사환경시험실, 궤도환경시험실, 음향 챔버, 광학 탑재체 시험실, 정밀정렬 및 조립실 등 대형시험실들로 구성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목적 위성 시리즈는 물론 과거 과학 로켓 KSR-Ⅲ, 나로호 발사체 시리즈의 우주 환경 검증 시험 등 주요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주역이다.

위성 등 우주발사체가 우주 궤도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난관은 '극한'의 환경이다. 위성 시험동 내 궤도환경시험실은 10억분의 1기압 이하 고진공, 극고온, 극저온 환경을 모사해 각종 시스템과 부품, 발사체 등이 우주 환경에서 정확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 이를 위한 유효 직경 8m, 길이 10m에 달하는 대형 열진공 챔버 등은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항우연 연구진들이 다누리 관제실에서 한국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2차 궤적수정기동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연구진들이 다누리 관제실에서 한국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2차 궤적수정기동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관계자는 “시험실을 통해 국제 규격 Military Standard 1540C, 810E/F/G에 따른 시험이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3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 3호기의 소식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3호기는 현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동에서 단별 조립을 진행 중이다. 3호기에는 지난 2차 발사 당시 탑재됐던 위성모사체가 아닌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실제로 탑재된다. 항우연 대전 본원에서 시험을 마친 위성은 나로우주센터로 향해 3호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 2차 발사 당시 탑재됐던 큐브위성과 같은 작은 위성들도 3호기에 추가로 탑재해 우주로 발사하는 방안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검토 중이다.

내년 상반기 누리호 3차 발사는 앞선 2차 발사 성공에 따라 기대감이 매우 높은 상태지만 항우연은 모든 변수를 염두에 두고 꼼꼼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앞선 성공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정은 신뢰도를 더욱더 높이기 위해 빈틈없이 진행 중이라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1단 인증모델 연소시험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1단 인증모델 연소시험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축구장 700개 크기(550만㎡) 면적의 나로우주센터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없던 추진기관 시험설비가 구축돼 있다. 2014년까지 우주발사체 엔진 구성품 시험설비 6종을 모두 구축 완료하고, 2015년 엔진 시스템 시험설비 3종을 추가로 구축한 데 이어 2016년 추진시스템의 지상 수류시험, 지상 연소시험 등 추진시스템을 최종 검증하는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구축을 마쳤다.

추진기관 시험설비는 우주발사체 기술 개발의 기본 인프라로 불린다. 우주발사체는 핵심부품과 완성체 성능 및 안전성 검증을 위해 수년에 걸쳐 수십~수백번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이를 통한 값진 성과와 기술력을 축적했다. 극저온 유체나 초고압 정밀 제어 및 공급기술 적용 설비를 확보했으며, 우주발사체 엔진의 고공 점화 및 추력 성능에 대한 정밀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우수 IT 기술을 활용한 최신 제어·계측 시스템 구현으로 해외 설비 대비 시험 운용 안전성 증대 및 제어·계측 정밀도를 끌어올렸다.

항우연 관계자는 “최대 추력 150톤, 고도 20km에 해당하는 진공 모사 환경 등 설비 능력을 갖춘 상태”라며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우주 선진국이 보유한 시험설비와 대등한 수준의 시험설비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한국형발사체 성능 고도화를 위한 기반까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