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 "50년 강소기업, 품질과 현장경영이 비결"

외산 의존 계측장비 국산화
30% 싸게 팔아 경쟁력 갖춰
매출액 15% 연구개발에 투자
영상시스템 구축-AI연구소 설립

부침 많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50년간 외길을 걸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강소기업이 있다. 계측 기기, 부품을 만드는 한영넉스 이야기다.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은 장수하며 견실한 성장을 이룰 수 있던 비결로 '좋은 품질과 현장 경영'을 손꼽았다. 50년 전 2명으로 시작한 한영넉스는 이제 1000명 이상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 회장에게 50년 강소기업 운영 철학과 소회를 들어봤다.

대담=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소재부품부 데스크)

-올해로 50주년이다. 소회가 어떠한가.

▲한영넉스는 1972년 영등포 문래동 천막공장에서 단 2명,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했다. 서울 문래동에 60㎡ 한옥을 마련해 앞마당에 천막을 쳤는데 그게 사무실이었다. 당시 내 나이가 25세였다.

천성적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궁금한 게 많았다. 기기를 뜯어보고 조립하는 걸 어릴 때부터 해왔다.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 줄 아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할 줄 아는 게 없다'라고 대답해왔다. 좋아해서 몰두하며 잠 못 자고 했던 일이 직업이 됐고 한영넉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자신에게 재미있는 일'을 선택했던 것이 좋은 출발이었다. 뒤돌아보면 그런 선택이 내 인생의 최대 행운이었다.

-50년 전이면 공업 분야에서 계측기는 모두 외산에 의존했을 때 아닌가.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 사진=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 사진=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그렇다. 당시 공업 계측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특수 분야였다. 대부분 일본산 등 수입에 의존했다. 한영전자의 목표는 그런 외산 계측장비를 국산화시켜 3분의 1 가격으로 파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 만들었던 제품은 온도 제어기(컨트롤러)였다. 많은 기업이 외산 계측기를 사서 썼지만, 고장 나면 손을 쓸 수 없었다. 외산 기업이 한국에서 사후 관리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외산 제품을 수리하다 보니 회사가 직접 합리적 가격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당시 국내에서 계측장비는 수요가 상당히 높았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곳에서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조절하는 기계가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가뜩이나 구하기 힘든 외제 계측장비를 30%대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한영넉스 제품 인기가 높아졌다. 제품 국산화의 매력은 충분했다.

-아무리 가격이 합리적이어도 가장 중요한 건 '품질'이었을 것 같은데.

▲외산 계측기와의 비교가 모든 관점에서 이뤄진다. 가격, 품질, 수명, 그리고 사후 관리(AS)에 이르는 전 과정이 비교 대상이다.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과 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과 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품질이다. 부족한 성능을 메우는 판매 전략은 24시간 애프터서비스라 생각했다. '저 집은 믿어도 된다'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몰두했다. 밤낮, 주말 없이 고객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합리적 가격과 빠른 서비스가 만나면 어떤 경쟁에서도 부딪혀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점차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여갔다. 제품 구매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개념을 당시에 실현한 것 같다.

-히트했던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나.

(오른쪽)한영수 한영넉스 회장과 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오른쪽)한영수 한영넉스 회장과 장지영 전자신문 부국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1980년대 후반에 출시한 온도 컨트롤러 DX 시리즈는 펌웨어가 탑재된 한영넉스의 1호 제품인 동시에 국내에서 PID(Proportional-Integral-Differential controller) 자동연산 기능을 갖춘 최초 제품이다.

터치 패널 그래픽 온도 기록계인 GR100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은 터치 패널로 조작, 표시되는 기록 장치다. 여기에 적용된 문자 조합 방법은 고유 특허로도 등재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내가 평생 관심 있는 분야는 신제품 개발이다. 중소기업이면서도 기술연구소를 갖추고 매출액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오랜 투자의 결실로 신제품 국산화 추진과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2000년도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수출 2000만달러를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으로부터 수출 증서도 받았다. 항상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엔지니어의 경험을 정리한 '리더의 측정법'이라는 저서도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간했다.

-오래 전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중소기업으로서 수 십년 전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2000년대 초중반 한영넉스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계측기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됐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 등 신흥국 제조업계까지 계측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품질이나 성능 면에서도 자사 제품과 격차를 거의 인식하기 어려웠다. 신흥 제조국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 대책이 필요했다. 저가 전략에 맞대응하기보다는 품질과 원가를 동시에 혁신할 수 있는 해외 진출을 택했다.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생산 전진기지로 키우기 위해서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중소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현지에서 스위치 제품군을 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인도네시아 법인 현지화 경영을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다.

세 가지 요인을 중점적으로 신경 썼는데 첫 번째가 생산, 부품 조달, 소싱의 현지화다. 현지 부품 가공과 일부 원재료를 조달해 본사와 인도네시아 간 원가, 물류 비용을 감소하고 납기를 단축했다.

두 번째로 인적 자원 현지화다. 현지에서 생산하려면 제품에 대한 기술교육이 필요하다. 본사에서는 이러한 기술 이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산업 연수생 제도를 활용했다. 마지막 주안점을 둔 것이 연구개발(R&D) 현지화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금형제작을 하기 위해 주재원을 파견해 기술을 공유했다. 현재 금형 설계부서는 주재원 도움 없이도 금형설계가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올라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품질 경쟁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품질'은 한영넉스의 최고 가치다. 지난 50년간 회사의 대표로서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던 덕목이다. 한영넉스는 사업 초기에 독일 TUV로부터 국제품질인증제도를 획득했다. 품질에 국경이 없다. 사업 초기부터 일본 제품과 품질 격차를 좁히는 것이 우선 목표였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는 것도 기본으로 삼았다.

한영넉스는 현장 상황 파악이 필요한 곳에는 해외든 영상 화면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현장과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언제든지 실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현지 법인과 소통한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해외 공장과 실시간 현장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품질·가격·납기(QCD) 경영 핵심은 각 요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상대적 수준을 유지하느냐가 제품 가치를 결정하고 고객 만족도를 좌우한다.

-한영넉스의 스마트 글로벌 생산시스템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QCD(품질, 가격, 납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실시간 빅데이터 기반으로 QCD 균형을 조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영넉스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AI 연구소로 기능을 확대 개편했다.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품질경쟁력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한영 글로벌 스마트 생산 시스템(HG-SMS)'을 구축했다.

실시간 HG-SMS를 활용해 QCD 균형을 측정하는 지표는 반복 구매율과 수요 예측이다. 고객이 제품을 재구매하는 수요 예측은 종합적인 경쟁력에 근거가 된다. 산출 지표를 정밀하게 분석해 기존 전통적인 QCD 개념 지표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50년 굳건히 성장해온 한영넉스를 100년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과 계획이 궁금하다.

▲미래는 AI 기반 비지니스 시대가 될 것이다. 모든 사항에 대해 측정(Measure)할 수 있어야 하고 추적(Trace)하며 제어(Control)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한영넉스는 제품 개발, 생산과 품질관리,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50년 역시 QCD 기본을 중시하며 기술 중심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 기술에 AI를 응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골자다. 현재 AI 관련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1972년 창업장소인 영등포구 문래동에 AI 연구소를 세웠다는 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소프트웨어, 전기·전자 등 분야에서 내부교육을 진행함과 동시에 AI 관련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제품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영넉스는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제품군을 중심으로 향후 AI 기능이 탑재된 계측기, 스마트 센서 등에서 세계 일류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100년 장수하는 기업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끊임없에 품질 경쟁력 확보, 인재 육성으로 한영넉스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

◆한영수 회장은

1947년 출생했다. 서울산업대 전자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2004년 동국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 회장은 1972년 한영전자공업사를 창업해 국내외 전자 계측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오며 국산화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한 회장은 1998년부터 한국합성수지 가공 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윤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3년 서울상공회의소 영등포구 상공회장을 역임했다. 1999년부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사외이사, 2012년부터 한국표준협회 감사, 2018년부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19년부터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금탑산업훈장, 2001년에는 국가품질경영대회 품질경영상을 수상했다. 2022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리더의 측정법'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정리=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 사진=김민수 기자
한영수 한영넉스 회장 사진=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