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과학자들이 보내온 마지막 메시지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애니메이션 이미지. NASA/JPL-Caltech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애니메이션 이미지. NASA/JPL-Caltech

지난 9월,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다트’ 임무가 실시됐다.

쌍 소행성 궤도 수정 실험, 일명 ‘다트’(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라고 명명된 이 임무는 ‘아마겟돈’, ‘돈 룩 업’ 등 영화에서나 보던 지구 방어를 실제로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도는 위성 ‘디모르포스’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공전 주기를 바꾸는 실험이다.

570kg짜리 다트 우주선이 위성 ‘디모르포스’에 부딪힐 당시의 속도는 초속 6.1km(음속의 18배)에 달한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다트 우주선은 부딪히기 직전까지 실시간으로 시야를 공유해 지구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부딪히기 직전 모습. 왼쪽 이미지를 보내온 직후 오른쪽에 절반이 날아간 이미지를 보내오고 통신이 끊겼다. NASA/JPL-Caltech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부딪히기 직전 모습. 왼쪽 이미지를 보내온 직후 오른쪽에 절반이 날아간 이미지를 보내오고 통신이 끊겼다. NASA/JPL-Caltech

지구에서 무려 1080만km 떨어져 있는 디모르포스는 지름이 160m밖에 되지 않아 표면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트가 부딪히기 전 공유해준 사진들 덕분에 지구의 과학자들은 이 작은 소행성의 모습을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다. 사진은 총 두 장. 하나는 돌이 가득한 디모르포스의 표면이 선명하지만, 곧이어 보내온 사진은 충돌의 여파로 반 이상 날아갔다. 이 실험은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를 기존보다 32분 줄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탐사선들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다트는 충돌로 최후를 맞았지만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여서, 목표 행성에 불시착해서, 연료가 바닥나서 등 다양한 이유로 탐사선은 생명을 다한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씨넷은 우주선이 보내온 마지막 사진들을 모아 소개했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모습이 4월 24일 촬영한 인사이트의 셀카. 다른 셀카는 2019년 3월 촬영됐다. NASA/JPL-Caltech
먼지가 뿌옇게 쌓인 모습이 4월 24일 촬영한 인사이트의 셀카. 다른 셀카는 2019년 3월 촬영됐다. NASA/JPL-Caltech

화성의 지질학자 인사이트는 아직 공식적인 임무 종료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미 이달안으로 수명이 다할 것은 자명하다. 태양광 패널에 뿌옇게 쌓인 먼지 때문에 전력을 더 이상 충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마지막 과학 기구, 지진계까지 끈 상태다. 탐사 1211일째인 지난 4월 24일의 셀카가 공식적인 마지막 셀카가 됐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보내온 마지막 토성 모자이크. 카시니가 보내온 42개의 이미지를 이어붙여 완성됐다.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보내온 마지막 토성 모자이크. 카시니가 보내온 42개의 이미지를 이어붙여 완성됐다.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마지막 시야. 왼쪽 흑백 이미지를 실제 토성의 색깔로 가공했다.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마지막 시야. 왼쪽 흑백 이미지를 실제 토성의 색깔로 가공했다.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태양계에서 가장 선명한 고리를 가지고 있는 토성. 이를 관측하기 위해 1997년 나사는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을 우주로 보냈다. 13년이라는 긴 여정 동안 토성과 토성의 위성 주변을 비행하며 수많은 정보를 보내왔다. 카시니가 토성에 대한 이미지를 대부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2017년 9월, 예정대로 토성의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완전히 불타 사라졌다.

팰컨 헤비가 시험 비행을 마치기 전 보내온 우주에서의 테슬라 로드스터. 안에는 마네킹이 들어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팰컨 헤비가 시험 비행을 마치기 전 보내온 우주에서의 테슬라 로드스터. 안에는 마네킹이 들어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팰컨 헤비가 시험 비행을 마치기 전 보내온 우주에서의 테슬라 로드스터. 안에는 마네킹이 들어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팰컨 헤비가 시험 비행을 마치기 전 보내온 우주에서의 테슬라 로드스터. 안에는 마네킹이 들어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18년 2월 팰컨 헤비를 시험 발사했는데, 당시 매우 독특한 더미 페이로드로 주목을 받았다. 바로 머스크의 또 다른 기업,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다. 머스크는 2010년형 로드스터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안에 마네킹을 실어 팰컨 헤비에 실었다. 이렇게 로드스터는 우주로 발사된 최초의 생산차가 됐다.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의 최종 전경. NASA/JPL-Caltech/Cornell/ASU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의 최종 전경. NASA/JPL-Caltech/Cornell/ASU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의 마지막 시야. NASA/JPL-Caltech/Cornell/ASU
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의 마지막 시야. NASA/JPL-Caltech/Cornell/ASU

2003년 7월 발사해 다음해 1월에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 오퍼튜니티는 화성에서 물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탐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15년 만인 2019년 2월 공식적인 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마지막 이미지는 2018년 5월부터 6월 사이 탐사선의 카메라로 포착한 354개의 이미지를 이어붙인 것이다. 이미 2018년 6월 지구와 교신이 끊겼는데, 당시 오퍼튜니티는 “동력이 부족해서 어두워지고 있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화성 탐사선 스피릿의 최종 전경. NASA/JPL-Caltech/Cornell/ASU
화성 탐사선 스피릿의 최종 전경. NASA/JPL-Caltech/Cornell/ASU

오퍼튜니티보다 20일 먼저 화성에 도착한 쌍둥이 탐사선 스피릿은 보다 일찍 운행을 종료했다. 공식적인 임무 종료는 2010년 5월로 화성에 모래 속에 갇혀 동력을 잃어갔다. 마지막 파노라마는 2010년 2월 화성 구세프 분화구를 촬영한 것이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마지막 이미지. 2018년 연료가 바닥나 영구 수면 모드로 진입하기 전 우주의 딥 필드를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다. NASA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마지막 이미지. 2018년 연료가 바닥나 영구 수면 모드로 진입하기 전 우주의 딥 필드를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다. NASA
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던(Dawn)이 보내온 마지막 이미지. 소행성대에서 가장 질량이 큰 세레스의 표면이다. NASA/JPL-Caltech/UCLA/MPS/DLR/IDA
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던(Dawn)이 보내온 마지막 이미지. 소행성대에서 가장 질량이 큰 세레스의 표면이다. NASA/JPL-Caltech/UCLA/MPS/DLR/IDA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가 1990년 마지막으로 보내온 사진. 지구에서 40억 마일 떨어진 곳에서 60프레임으로 촬영했다. 아주 작게 창백한 푸른 점, 지구가 보인다. NASA/JPL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가 1990년 마지막으로 보내온 사진. 지구에서 40억 마일 떨어진 곳에서 60프레임으로 촬영했다. 아주 작게 창백한 푸른 점, 지구가 보인다. NASA/JPL
유럽우주국의 로제타 우주선의 마지막 이미지는 자신이 착륙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표면이다. 로제타는 지구 중력의 1만분의 1 수준을 가진 이 혜성에서 10m 지름의 바위가 70m나 미끄러지는 톡특한 모습도 포착했다. 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유럽우주국의 로제타 우주선의 마지막 이미지는 자신이 착륙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의 표면이다. 로제타는 지구 중력의 1만분의 1 수준을 가진 이 혜성에서 10m 지름의 바위가 70m나 미끄러지는 톡특한 모습도 포착했다. 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