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예산 1000억원을 투입해 노후 우체국을 각 지역 특색에 맞춰 전면 개편하겠습니다. 집배원이 우편물 배달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파악하는 '복지 등기' 서비스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2023년도 중점 업무계획을 공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 3400개 우체국 가운데 400여곳을 지역 특색에 맞게 리뉴얼한다. 우선 내년에 1000억원을 투입, 50여개 우체국을 재건축한다. 손 본부장은 “우체국 재건축을 투트랙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원도심 지역은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 가능하도록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역 우체국은 지역과 상생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원 영월군은 사과 이미지를 담은 우체국, 경북 경주시에는 한옥양식 우체국, 강원 양양군은 서핑보드 외형을 갖추며 지역 특색을 드러내고 소상공인·노인 복지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해서 지역과 상생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중앙우체국, 여의도우체국, 양천우체국과 같이 도심지역은 카페와 업무공간을 갖춘 대형 비즈니스 공간으로 재개발된다.
손 본부장은 “주민에게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을 제공하고, 노후건물 위험에 노출된 직원을 위해 개선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건축 재원은 우체국 예금사업 운영을 통해 확보된 이익금 등을 활용, 국민 세금 투입 없이 전액 자체 조달한다.
기존 시범서비스로 진행하던 복지등기 서비스도 확대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위기 가구라고 판단되는 곳에 복지정보가 담긴 등기를 보낸다. 집배원은 단순 등기 전달에 그치지 않고 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체크, 지자체에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제거한다.
손 본부장은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서울 서대문구까지 8개 지자체에서 복지등기 배달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136가구가 공공·민간의 직간접 지원으로 연결돼 보건복지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내년에는 전국 지자체 확산을 목표로 재원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진행해 온 라돈침대 수거와 재택치료키트 배달에 이어 폐의약품 수거로 지역 업무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4대 시중은행에 오프라인 금융 창구망을 개방, 오는 30일부터 시중은행의 일반 통장이 있는 이용자는 전국 우체국에서 은행과 동일한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손 본부장은 “지역 금융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우체국이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사회 위기 상황이 있을 때 우체국이 있다는 점을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보편서비스의 대국민 접점으로서 우체국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