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 내리자 비말 사방으로…"어디까지 튈 건데"

변기 물을 내릴 때 분출되는 비말. 콜로라도 대학교/볼더 캠퍼스 유튜브 캡처.
변기 물을 내릴 때 분출되는 비말. 콜로라도 대학교/볼더 캠퍼스 유튜브 캡처.

변기 물을 내릴 때 비말을 시각화하자 비말이 예상보다도 훨씬 높이, 멀리 튀어올라 보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미국 볼더의 콜로라도대학 공학 연구팀은 녹색 레이저를 활용해 변기 물을 내릴 때 튀어오르는 비말을 시각화해 속도와 확산 범위 등을 분석한 결과와 영상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을 통해 공개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비말이 튀어나와 이를 통해 대장균, 노로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60여 년 전부터 확인된 사실이다. 이에 연구팀은 “변기 밖으로 튀는 비말을 시각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분출되는 비말. 콜로라도 대학교/볼더 캠퍼스 유튜브 캡처.
변기 물을 내릴 때 분출되는 비말. 콜로라도 대학교/볼더 캠퍼스 유튜브 캡처.

실험에 사용된 변기는 북미지역의 공중화장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뚜껑 없는 실린더 플러시 형 변기다.

연구팀은 이 위에 두 대의 레이저를 조사해 변기 밖으로 튀어오르는 비말의 속도와 방향 등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비말은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높이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말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은 수초 내에 표면에 가라앉지만 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는 공중에 수 분간 떠다니기도 했다.

또, 비말은 주로 위로 분출돼 뒷벽 쪽으로 향했지만, 천정 높이까지 오른 뒤 앞으로 확산한 것도 있었다.

이번 실험은 대변이나 휴지 등 조건 없이 물로만 진행됐으며, 화장실 칸막이나 사람이 없었다. 연구팀은 실제 공중화장실 환경에서는 비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화장실 변기가 배설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런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내용물을 밖으로 내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로 '생태 유체역학 랩'을 운영하는 존 크리말디 교수는 “사람들이 화장실 변기에서 비말이 분출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본 적은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변기 물의 비말이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분출되고 확산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크리말디 교수는 “이 동영상을 한 번 보면, 이전처럼 변기 물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지만 공중보건과 배관 전문가들이 환기시설이나 변기 설계 등 공중화장실에서 병원균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할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