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묻은 채 헛간에 방치된 반 다이크 습작…38억원에 낙찰

‘성 히에로니무스를 위한 습작’. 뒷면에는 하얗게 새똥이 묻어있다. 사진=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성 히에로니무스를 위한 습작’. 뒷면에는 하얗게 새똥이 묻어있다. 사진=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2000년대 초 뉴욕의 한 마을 헛간에 방치됐던 17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의 습작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10만달러(약 38억원)에 낙찰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박물관에 전시된 반 다이크의 ‘성 히에로니무스’와 이번 경매에서 310만 달러에 낙찰된 습작. 사진=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네덜란드 로테르담 박물관에 전시된 반 다이크의 ‘성 히에로니무스’와 이번 경매에서 310만 달러에 낙찰된 습작. 사진=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30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낙찰된 반 다이크의 작품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에 전시된 ‘성 히에로니무스’의 습작이다.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나신의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그려진 이 그림은 반 다이크가 1615~1618년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조수로 있던 시절 그린 습작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작품은 세로 95cm, 가로 59.5cm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져 있다. 이 정도 크기의 대형 실물 습작은 이 작품을 포함해 단 두 점 뿐이라고 CNN 방송은 전했다.

작품을 발견한 이는 수집가 고(故) 앨버트 로버츠. 그는 2002년, 뉴욕주 킨더훅의 한 농장 헛간에서 이 작품을 발견하고 600달러(약 74만원)에 사들였다. 당시 그림은 새똥이 군데군데 묻었지만 보존 상태는 상당히 양호했다.

킨더훅은 17세기 후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뉴욕주에 조성한 마을이었는데, 로버츠는 이 작품이 네덜란드 황금 시대의 작품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사진=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사진=소더비 경매 홈페이지

이후 작품의 유래를 추적하면서 이 그림이 반 다이크의 작품 ‘성 히에로니무스와 천사’의 습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술사학자 수전 J. 반스는 2019년 이 작품을 반 다이크의 것으로 감정하면서 “놀랍도록 온전히 보존된 반 다이크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이 어떻게 뉴욕주까지 오게 됐는지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작품이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고 말한다. 앞서 2014년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1607년작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가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한 다락에서 발견돼 진품으로 판정된 바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