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63〉조선 분야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친환경', '디지털 전환'의 흐름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63〉조선 분야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친환경', '디지털 전환'의 흐름

최근 들어 산업 분야와 무관하게 세계 화두가 되고 있는 흐름 중 하나는 단연코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일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해당하는 선박 조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조선 분야에서 친환경 기조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조선·해양 기자재 기술은 대기환경 규제(온실가스 및 배기가스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동력 기술, 해양생태계보호규제(선박평형수 규제, 유해방오도료 규제, 오·폐수배출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에너지 절감 및 효율 향상 기술 등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배출가스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여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SOx 함유량을 0.5% 미만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2020년 발효한 바 있다. 또한 2025년에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3단계가 도입되면서 신조선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2023년부터는 현존선에도 친환경 기술(EEXI, CII 등)에 대한 배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IMO는 2023년 1월부터 해양오염방지협약(MAPOL) 개정안을 통해 기술적 조치인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Energy Effficiency eXisting Ship Index)와 운항적 조치인 탄소집약도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를 도입했다.

CII 감축률은 2019년 대비 2022년까지는 매년 1%씩, 2023~2026년까지는 매년 2%씩 추가 적용돼 현존선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관 출력 제한, 에너지 절감 장치 탑재, 친환경 대체연료 사용 등 다양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기술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인 LNG추진선도 탄소배출 규제 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는 유해·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원자력 등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선박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환경 추진 선박 분야는 아직 기술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업체가 없어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해외 업체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자율주행선박, 스마트야드 및 스마트 해상물류 체계 등 선박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 역시 업계의 큰 관심 대상이다. 글로벌 조선업체는 자율운항 기술로 대표되는 스마트선박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EU는 2012년부터 3년간 선박 자율운항을 위한 'MUNIN(Maritime Unmanned Navigation through Intelligence in Network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후발 주자에 해당하는 중국의 경우에도 '중국제조2025' 주요 과제로 스마트선박을 선정했으며, 일본 정부도 조선 산업 부흥을 위한 핵심기술로 스마트선박 기술을 선정했다.

현재 국내 주요 조선사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유럽일본보다 5년가량 뒤쳐진 데다 일부 핵심기자재와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운항은 구동시스템, 가치사슬 내 참여기업 간 관계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자율운항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내연기관을 전동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에 필요한 새로운 기자재 공급이 가능한 가치사슬 구축이 수반돼야 할 상황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율운항, 통신, 서비스 관련 플랫폼 기업과 협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친환경' '디지털 전환' 이 두 가지 기조는 산업 분야와 무관한 세계적 흐름인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 조선 업계에서도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